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시행 1년 넘었는데 실효성은 ‘글쎄’

여전히 반복되는 직장 갑질 사태

#1. 안산에 직장을 둔 A씨(28ㆍ여)는 상사로부터 상습적인 폭언에 시달렸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가 미숙했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상사는 전 직원이 보는 앞에서 언성을 높였다. 수치심에 눈물을 흘린 A씨의 면전에선 “쟤 또 운다. 누가 휴지 좀 갖다줘”라며 창피까지 줬다. 눈엣가시가 된 A씨는 노무사를 찾아갔지만 “회사에 개선 조치만 전달할 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결국 A씨는 최근 6개월만에 자진 퇴사를 결정했다.

#2. 군포의 한 어린이집 교사 B씨(30ㆍ여)는 항상 아이들 앞에서 웃고 있지만 남몰래 눈물을 훔치는 날이 많다. 원장의 말에 반대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타겟’이 되어 사소한 일에도 비난의 화살을 집중적으로 맞고 있기 때문. “여자는 나이가 들면 가치가 떨어진다”는 성희롱 발언도 수차례 들었지만 B씨가 기댈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B씨는 “생계를 위해 그만둘 수도 없고 그냥 견디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직장내 괴롭힘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서지윤 간호사에 대한 산업재해가 최근 인정됐지만, 가해자 처벌이 약하고 적발 시 사실상 경고 수준에 그치는 등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여전히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12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 근로기준법이 처음 시행된 지난해 7월16일부터 올해 8월까지 접수된 진정은 총 5천329건으로 이 가운데 4천998건이 종결됐고 331건이 현재 처리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미 처리된 4천998건 중 4천81건은 관련법 규정에 미치지 못해 그대로 종결됐고, 나머지 917건에 대해서도 ‘개선 조치’라는 사실상 계도 수준의 서면 통지 처분이 내려졌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현장에서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을 쏟아내고 있다.

현행법상 신고 접수와 조사 주체 모두 직장내 ‘사용자’로 돼 있어 사용자가 가해자일 경우 적용이 어려운 데다, 가해자를 솎아내 개선조치 명령을 내려도 ‘조치 불이행’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는 등 사실상 유명무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은 적용조차 안되는 실정이다.

권남표 노무사는 “직장내 괴롭힘 사례가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이 중 폭언 비율이 가장 높은데 피해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워 참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피해자의 입증책임 부담을 줄이고, 가해자 처벌 수위 강화 등 현재 발생하는 제도적 결함에 대해 전반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조치 불이행에 대한 사업장 처벌 등 직접적인 개입이 어려운 점이 있다”며 “개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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