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올해 5년 주기의 인구주택총조사를 실시한다. 1925년 도입된 인구주택총조사는 국가정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인구·가구·주택 기초 자료를 만든다. 국내 거주 내외국인 연령과 직업, 거주지 등을 파악하는 가장 큰 규모의 사회통계다. 이름과 생년월일 등 기본 정보는 행정자료를 활용해 전수조사하고, 구체적 문항은 전국 가구 중 20%를 대상으로 표본조사를 한다. 10월 말까지는 인터넷 조사로 했고, 이달 18일까지는 온라인 조사에 응하지 않은 가구를 조사원이 방문해 조사 중이다.
질문은 45개다. 질문에는 임신 계획이 있는지, 집이 자가인지 전·월세인지, 직장과 직장에서 직위가 뭔지, 집에 방이 몇 개인지, 집값이 얼마인지 등이 포함됐다. 사망한 자녀가 있는지, 부부가 침실을 따로 쓰는지, 사별했는지, 사생아가 있는지 등의 질문도 있다. 1인 가구라면 혼자 사는 이유가 뭔지, 반려동물이 있는지, 거동이 불편하지 않은지 등에 답해야 한다.
이를 두고 사생활 침해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 신상이 탈탈 털리는 느낌”, “사생활 취조 받는거 같아 기분 나쁘다”라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질문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개인정보 유출과 사생활 침해에 대한 국민인식이 높아져 민원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사생활 침해 논란은 이전에도 있었다. 2015년 11월 한 시민이 통계청을 상대로 인구조사가 개인의 사생활 비밀과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2017년 “조사를 통해 달성하려는 공익이 청구인의 사익 제한보다 훨씬 크고 중요하다”며 합헌을 결정했다.
통계청은 질문들이 유엔의 인구조사 가이드라인에 준한 것으로, 시대와 의식 변화를 알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사망한 자녀가 있는지, 배우자와 사별했는지, 재혼인지 등은 영아 사망률이나 사망률, 이혼율 등의 파악에 필수라고 했다. 또 답변 내용은 비밀이 보장되고, 암호화해 관리된다고 밝혔다.
올해 인구조사에 2만7천여명의 조사원이 투입됐다. 통계청은 불필요한 논란이 발생하지 않게 조사원들을 재교육할 필요가 있다. 맞춤형 정책 수립을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조사한다지만 민감한 사생활은 주의하고 불쾌하지 않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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