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이 연루된 사건사고가 터질 때면, 어김없이 출동하는 자들이 있다. 이들은 시중에 떠도는 각종 루머에 영상과 이미지를 짜깁기해 입힌 다음, 자극적인 제목의 썸네일을 덧붙여 콘텐츠를 완성한다. 무엇보다 ‘스피드’가 중요하기에 팩트체크는 과감히 생략해 버린다.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실체적 진실의 발견이 아닌, 사람들의 관심이 꺼지기 전에 신속하게 콘텐츠를 업로드해 조회수를 늘리는 것이기 때문이다.
조회수는 곧 수익과 직결되고, 대중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카더라식 문제제기야말로, 클릭을 부르는 흥행보증수표라는 점을 그들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이슈 유튜버라 칭하지만, 온라인 상에서 그들은 ‘사이버렉카’로 불리운다. 사고현장에 빨리 도착하기 위해 온갖 불법행위를 저지르는 일부 레커차의 행태와 닮았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한 유명 개그우먼이 사망한 후, 유튜브에는 ‘사망 원인’, ‘유서 공개’ 등 자극적인 썸네일의 콘텐츠가 줄지어 게시됐다. 심지어 일부 무속인들은 고인이 죽음을 선택한 이유를 사주풀이로 해석해주고 자신의 업소를 홍보하는 콘텐츠를 올리기도 했다.
한 아이돌 가수의 인성 논란이 일었을 때에도 ‘인성 바닥 증거’, ‘실제 인성’, ‘인성 짤모음’ 등 해당 가수의 이름과 ‘인성’을 조합한 갖가지 제목의 콘텐츠가 온라인을 뒤덮기도 했다.
산 자는 물론 누군가의 죽음마저도 자신의 돈벌이를 위해 한낱 가십거리로 전락시키는 이들의 행태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치밀하고 과감해지고 있다.
이들은 흡사 ‘정의구현 자경단’이 된 것처럼, ‘익명의 제보’라는 조악한 근거를 가지고 물어뜯듯 공격하지만, 그 과정에서 콘텐츠의 재료가 되는 당사자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지옥과 같은 삶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가히 범죄수준에 이른 이들의 행태를 막아내기에는 현행법은 너무도 빈약하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로 처벌은 가능하지만, 대부분 벌금형이 선고되다 보니, 오히려 벌금을 내도 남는 장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플랫폼 차원에서의 규제가 있어야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해 사기업에 불과한 플랫폼 업체들이 이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사이버렉카차의 무법 질주를 막을 가장 유력한 방법은, 그들의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 시민의 힘이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인권이니 하는 거창한 이야기는 하지 않더라도, 우리 모두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것은 죄악’이라는 문명국가에서 살고 있다.
스너프 필름마냥 한 사람의 삶을 난도질하는 사이버렉카의 행태에 경종을 울리지 못한다면, 이는 추악한 유산으로 남겨질 뿐이다.
이승기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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