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과로의 원인 중에 하나가 바로 대리점이 존재하는 산업구조 속의 기준 없는 계약서다. 현재 택배회사는 본사-대리점- 하청업체 또는 택배기사의 구조로 이뤄져 있다. 중간에 낀 대리점이 택배기사의 처우 개선을 막는 장벽이 된다.
하지만 대리점과 맺은 계약은 민법 계약 공정의 원칙에 따라 무효될 수 있다.
택배기사들은 택배회사의 유동성 있는 계약 기간으로 인해 근무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 또한 ‘네가 안 해도 일할 사람은 많아’라는 불안정한 고용시장 속 택배 기사 근로 계약에 대한 정확한 기준도 없어 고용자들이 유리한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당장 돈을 벌어야 하는 피고용자들의 입장에선 불공정한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여러 언론에서 대리점 폐지를 외치지만 사실상 과중한 택배 업무를 지역별로 나누는 것이 불가피하다.
즉 갑질로 인한 택배기사들의 고통이 대리점 폐지로 해결될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대리점이 폐지된다고 해도 본점에서는 갑질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용자의 부당행위에 대한 엄격한 처벌, 이행 가능, 불가능 계약에 대한 명확한 조건을 정부, 국회에서 제시해야 한다. 갑질은 단순히 개인과 개인, 기업과 근로자 사이의 갈등만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닌 이를 마땅히 처벌하는 법으로 부당지시 예방할 수 있는지, 사회구성원들의 갑질에 대한 인식수준, 고용 관계 속 을에 대한 보호가 어느정도인지에 달린 것이다.
택배기사의 열악한 근로환경을 통해 노동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났다. 근로자의 처우가 많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근로자가 과연 모든 근로자를 포함하는지 의심을 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의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려면 법을 만드는 사람도 법을 집행하는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시민들의 인식이다. ‘내가 존중받고 싶은 만큼 남을 존중하라’라는 황금률을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택배를 시키며 내 삶이 편리해졌다면 내게 택배라는 선물을 전달해준사람들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그들의 근로환경에 대한 관심을 갖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닐까.
장연서(고양 정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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