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로 사랑 나누는 정현숙 씨 “봉사활동은 자신을 위한 것”

정현숙 단장

“제 손을 꼭 잡으며 ‘국수 잘 먹었다’고 말하는 어르신의 모습을 보면 뿌듯합니다”

많은 사람이 쉬는 토요일 아침. 집에 있는 황태를 챙겨 오전 8시까지 하얀마을복지관(성남시 분당구 구미동 소재)으로 향한다. 황태를 넣고 국수 육수를 만들기 시작하면 한두 명씩 이곳에 도착, 각자 갖고 온 재료로 양념장을 만든다.

소개가 늦었다.

정현숙 ‘손모아봉사단’ 단장(62)은 지난 2017년부터 기초생활수급자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해 매주 국수를 삶았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잠시 쉼표를 찍었으나 “봉사활동 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며 이 사태가 종료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정 단장은 “구미동 주민자치위원장 시절, 하얀마을복지관에서 인건비 문제로 국수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았다”며 “분당 지역 동 부녀회장들에게 얘기했더니 흔쾌히 수락, 봉사단을 창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하루 100여 명의 국수를 삶으면 허리 통증 등 녹초가 될 법하나 맛있게 먹는 이웃들의 모습에 고생했던 기억이 눈 녹듯 사라진다.

그는 “과거 잘 살았다가 말 못 할 사정으로 어려움에 처한 80대 노인이 ‘국수 정말 잘 먹었다’고 인사를 건네는 모습을 보고 뿌듯함을 느꼈다”며 “이처럼 사연 있는 분들이나 이른 아침부터 복지관에 찾아온 이웃들에게 ‘빨리 국수를 드리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12명의 봉사단 단원들도 봉사활동에 ‘봉’ 자만 들어도 생기가 솟는다. 최근 갑작스럽게 열린 김장 행사로 정 단장이 급히 단원들에게 연락했음에도 절반 이상인 7명이 참여했다. 오랜만에 한 봉사활동이기에 모두의 입가엔 미소가 띠었다.

그는 “봉사활동이 끝나면 서로 힘든 내색도 안 한 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느라 집에 늦게 간다. 단원들 사이가 끈끈하다는 것”이라며 “단장이라고 해서 저 혼자 모든 사안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먼저 행동을 보여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런 정 단장이 봉사활동에 첫발을 내디딘 시점은 25년 전. 가정주부로 지내다가 우연히 지인 권유로 부녀회에 가입하게 됐다. 당시 4세 어린 아들과 김장 행사에 참석했던 그는 지금까지 남을 위해 살고 있다.

정 단장은 “봉사활동은 중독이다. 처음엔 남을 위해 하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봉사활동을 하고 나면 저 자신이 정말 뿌듯하다”며 “건강할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 하루빨리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국수 한 그릇을 대접할 수 있는 날을 꿈꾼다”고 소망했다.

성남=문민석ㆍ이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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