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에 걸린 공무원을 문책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기도 공직사회를 중심으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년 가까이 ‘확진자 0명’을 유지할 정도로 모범을 보여왔는데, 격려는 못 할망정 ‘협박성 메시지’로 직원들 사기만 꺾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청 양대 노조인 경기도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유관희)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도청지부(지부장 윤석희)는 ‘공공부문 방역관리 특별 지침’에 대해 “방역현장에서 공무원들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데 ‘징계’를 언급한 것만으로도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1일 밝혔다.
앞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인사혁신처는 지난달 23일부터 공공부문(지자체ㆍ공공기관 등)을 대상으로 특별 지침을 적용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전국에서 증가하는 만큼 공공부문이 앞장서 강력한 방역 지침을 준수하자는 차원이다. 특별 지침의 핵심은 ‘감염사례 발생ㆍ전파시 해당 인원을 문책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도청을 비롯해 경기지역 공직사회는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환자 비중이 25%일 정도로 개인의 방역 수칙 준수만으로 코로나19를 피하기 어려운데, 감염 사실만으로 징계를 내리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이다. 더구나 공무원들이 의심 증상을 숨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도청의 경우 확진자가 1명도 나타나지 않으면서 가뜩이나 부담감이 상당했는데, 징계 가능성까지 있으면 누가 코로나19 검사를 적극 받겠느냐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서울시 공직사회에서도 표출됐다. 서울특별시공무원노동조합은 이날 논평을 통해 “엄중 문책이라니, 거꾸로 가는 정책은 방역을 망친다”며 “실효성 여부를 떠나 그동안 K방역 주체로서 각종 비상근무에 헌신해 온 공직자들을 수동적인 감시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장기간 이어진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공무원들은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버티며 헌신했다”며 “공직자 전체를 잠재적 수칙 위반자로 포장하는 발상을 보면서 정부가 어떤 방역 철학을 가졌는지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도청 노조에서도 유관희 위원장은 “코로나19에 걸리고 싶은 공무원이 어디 있겠느냐. 엄포성 지침을 넘어 실제 징계로 이어지면 안 될 것”이라고 말했고, 윤석희 지부장도 “공적인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는 직원들에게 문책까지 언급하는 건 과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특별 지침이 적용되면서 모든 공공부문은 인원 3분의 1 재택근무, 출근ㆍ점심 분산, 실내 마스크 착용, 단체 식사 자제 등을 준수해야 한다.
여승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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