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부동산 블루

홍완식 경제부 차장 hws@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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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중반인 필자가 최근 또래를 만나 나누는 화두는 늘 부동산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먹고, 자고, 쉴 수 있는 ‘내 집 마련’ 이야기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집값에 대화는 항상 기승전 ‘노답’이다. ‘그래도 열심히 일하면 언젠간 내 집을 마련 할 수 있겠지’라는 보이지 않는 희망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곤 한다.

경기도를 비롯한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걷잡을 수 없이 오르고 있다. 정부가 각종 부동산 규제와 정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아파트 가격은 좀처럼, 아니 떨어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11월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수도권 주택 종합 매맷값은 0.49% 올라 전달(0.30%)보다 오름폭이 더 커졌다. 수도권 전셋값 또한 0.74% 상승하며 2015년 4월 이후 5년 7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 7월 새로운 임대차 3법을 시행하고, 8월 8·4 부동산대책을 내놓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 자신했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되레 집값과 전셋값이 계속 오르는 등 부작용이 잇따랐다.

▶집값이 잡히지 않자 정부는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을 받은 개인이 1년 내에 규제지역의 집을 사면 대출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집값이 많이 오른 상황에서 무주택자들에까지 대출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할 길을 막아버린 것은 너무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상황이 이렇자 청년층에서는 ‘부동산 블루(우울증)’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원숭이는 나무에서 떨어져도, 아파트값은 떨어지지 않는다” 최근 어느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본 문구다. 코믹하지만 어쩐지 현실을 그대로 담아낸 것 같아 씁쓸함이 느껴진다. 정부는 지난 3년 동안 집값을 잡겠다며 24차례에 걸쳐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아직 국민은 그 효과를 체감하지 못했다. 코로나19에 지친 국민이 더 큰 고통을 겪지 않도록 부동산시장을 안정시킬 현실적인 정책이 나오길 기대해본다.

홍완식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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