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ㆍ탈모약 팔아요” 온라인 중고장터, 금지 품목 판매 활개

▲ 입덧약
▲ 입덧약

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 중고장터가 무분별한 거래글로 무법천지가 됐다. 구매 시 진단서가 필요한 의약품이 은밀히 거래되는가 하면 허가 없이 동물, 담배 등 판매 글도 올라오고 있다.

4일 온라인 중고장터 등을 돌아보니 현행법을 어기고 게시된 물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한 이용자는 입덧약 ‘디클렉틴장용정’ 사진을 내걸고 4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금연치료제 ‘챔픽스’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정’ 등을 구매 또는 판매한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해당 약품들은 약사법에 따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 외 판매가 금지돼 있다. 처방전 없이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이 문제를 바로잡기도 어렵다.

▲ 챔픽스
▲ 챔픽스
▲ 장모치와와
▲ 장모치와와

다른 중고장터에서는 ‘장모치와와를 분양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9개월 된 장모치와와를 20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은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술, 담배, 동물 등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정해 AI가 필터링할 수 있도록 적용해놓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자음만 표기하는 은어를 활용하는 등 AI의 감시에서 벗어나 거래하고 있었다.

한 중고장터에 ‘탈모약을 구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댓글로 판매자들은 ‘ㅍㄹㅍㅅㅇ 69정 팝니다’, ‘핀ㅍㅅㅇ를 보유 중이니 쪽지를 달라’ 등 유명 탈모약을 은밀히 판매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탈모약 종류인 프로페시아와 핀페시아를 자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 탈모약
▲ 탈모약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신생아나 장애인을 판다는 비윤리적인 글도 자주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먹고살기 힘들다’며 ‘자신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앞서 “36주 된 신생아를 20만원에 입양 보낸다” “장애인을 판매한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윤리에 어긋나는 판매글이 자주 올라오자 회원 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실명제로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애초에 논란 글이 올라오는 일도 없을 뿐더러 만약 논란 발생 시에도 글 게시자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업자가 플랫폼만 열어두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태를 바라만 보면 안 된다”며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 윤리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반드시 숙지하도록 하고 불법 거래 시 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등 강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명제에 대해선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교수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신원이 노출되면 범죄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중고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겠다”며 “관련 업체에 법령 교육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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