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성장 중인 온라인 중고장터가 무분별한 거래글로 무법천지가 됐다. 구매 시 진단서가 필요한 의약품이 은밀히 거래되는가 하면 허가 없이 동물, 담배 등 판매 글도 올라오고 있다.
4일 온라인 중고장터 등을 돌아보니 현행법을 어기고 게시된 물건들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네이버 카페 ‘중고나라’에서 한 이용자는 입덧약 ‘디클렉틴장용정’ 사진을 내걸고 4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이외에도 금연치료제 ‘챔픽스’나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정’ 등을 구매 또는 판매한다는 글이 적지 않게 올라왔다. 해당 약품들은 약사법에 따라 일반의약품으로 분류돼 약국 외 판매가 금지돼 있다. 처방전 없이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의료진이 문제를 바로잡기도 어렵다.
다른 중고장터에서는 ‘장모치와와를 분양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 작성자는 9개월 된 장모치와와를 20만원에 판매한다고 했다. 현행법에 따르면 동물은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판매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술, 담배, 동물 등을 거래 금지 품목으로 정해 AI가 필터링할 수 있도록 적용해놓았다. 그러나 이용자들은 자음만 표기하는 은어를 활용하는 등 AI의 감시에서 벗어나 거래하고 있었다.
한 중고장터에 ‘탈모약을 구매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오자 댓글로 판매자들은 ‘ㅍㄹㅍㅅㅇ 69정 팝니다’, ‘핀ㅍㅅㅇ를 보유 중이니 쪽지를 달라’ 등 유명 탈모약을 은밀히 판매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탈모약 종류인 프로페시아와 핀페시아를 자음으로 표기한 것이다.
온라인 중고장터에는 신생아나 장애인을 판다는 비윤리적인 글도 자주 올라와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는 ‘먹고살기 힘들다’며 ‘자신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앞서 “36주 된 신생아를 20만원에 입양 보낸다” “장애인을 판매한다”는 글이 잇따라 게시돼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이 같은 윤리에 어긋나는 판매글이 자주 올라오자 회원 실명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여론도 나온다.
실명제로 서비스를 운영한다면 애초에 논란 글이 올라오는 일도 없을 뿐더러 만약 논란 발생 시에도 글 게시자를 빠르게 추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사업자의 책임 있는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사업자가 플랫폼만 열어두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불법 행태를 바라만 보면 안 된다”며 “거래를 하는 사람들에게 윤리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을 반드시 숙지하도록 하고 불법 거래 시 고발을 당할 수 있다는 등 강한 경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명제에 대해선 부작용의 우려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교수는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은 지역을 기반으로 하다 보니 신원이 노출되면 범죄 위험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의약품 중고거래에 대한 모니터링을 철저하게 하겠다”며 “관련 업체에 법령 교육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김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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