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아침] 12월의 사색

선일스님
선일스님

추운 겨울 한 해의 끝 12월에 누구나 지나간 시간을 돌아보고 사색의 시간을 갖게 된다. 하지만 올해는 한 해를 돌아보고 생각할 겨를이 없다. 지금은 가장 큰 희망이 코로나 백신 개발이나 치료제 이야기뿐이다. 그래도 과거에는 새로운 해를 맞는 모습들이 희망적이었다. 미래를 예견하는 사회과학자나 자연과학자들이 연일 나와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의 기대감으로 과학 기술과 미래 세계에 대한 계획 등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세상의 뉴스거리를 보면 온통 기후 비상사태와 환경파괴 병과 죽음과 싸움 이야기들이다. 욕망과 분노로 인한 어리석음이 가득한 세상 그 끝은 어디일까? 미래가 불투명하고 어지럽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욱 암울한 한해다. 어떻게 해야 희망이 보일까? 그 출구를 찾기가 어렵다.

그래도 12월이기에 희망이 보인다. 12란 숫자는 신성하고 새로움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달이기 때문이다. 12월이란 달의 숫자는 누가 만들었나? 고대 인류가 이 별에서 발견한 완전한 우주의 시간과 공간을 표시한 숫자일 것이다. 하루도 역시 12시간씩 오전 오후로 나뉘어 있다. 이는 태양을 돌고 있는 지구의 궤도를 보여주는 원을 30도씩 12등분 하고 있다. 둥근 원에 같은 각도로 10개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12개로 나누는 것은 가능하다.

동양의 천간과 함께 간지를 이루는 12지(支), 피아노 건반은 한 옥타브가 12개의 반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연필 1다스는 12개, 고대 신화나 종교계에서도 12라는 숫자를 성스러운 곳에 많이 사용한다.

그 이유는 12속에 있다. 시작과 끝은 하나이며, 다시 시작이 있기 때문이다. 12월의 끝은 새로운 시작의 알림이다. 철학적 사고로 볼 때 공(空)은 우주의 본질이다. 그래서 ‘물질이 공이요 공이 물질이다’라고 한다. 모든 것이 끝나고 공으로 돌아가야 새로운 시작이 올 수 있는 것이다. 즉 끝나는 12월은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공에서 시작해야 한다. 좋든 나쁘든 새로운 시작이다. 그 시작을 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작을 잘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은 무엇일까? 톨스토이 단편 「세 가지 의문」에서는 ‘가장 중요한 때는 현재, 중요한 존재는 지금 대하고 있는 사람, 중요한 일은 그에게 사랑을 베푸는 것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때이고, 지금 내가 대하는 사람이 가장 중요한 분이고, 그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푸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이다. 12월을 정리하면서 새해를 시작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바로 지금 내가 대하는 사람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는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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