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 병상 확보하라”…정부, 행정명령 발동

5일 오후 국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17번째 확진자가 격리돼 있는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관계자들이 음압격리병상을 출입하고 있다. 윤원규기자
분주한 음압격리병상. 윤원규기자

코로나19 ‘3차 대유행’ 확산으로 중환자 병상이 부족해지자 정부가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학병원 등을 대상으로 첫 병상 확보 행정명령을 내렸다.

19일 의료계와 각 지방자치단체 등에 따르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전날 ‘코로나19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 확보 명령’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각 지자체 등에 발송했다.

중수본은 공문에서 “최근 전국적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함에 따라 중환자 치료 가능 병상 확보가 중요한 상황”이라며 “상급종합병원과 국립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신속히 확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행정명령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상급종합병원은 의료기관 허가 병상 수의 최소 1%, 국립대학병원은 허가 병상 수의 1% 이상을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으로 각각 확보해야 한다.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병상 동원을 명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나흘 연속 1천명 이상 쏟아지는 가운데 위중증 환자까지 급증하면서 ‘병상 확보 명령’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보건의료 관련 시민단체들은 병상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긴급명령을 주장한 바 있다.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장과 시ㆍ도지사 또는 시장ㆍ군수ㆍ구청장은 감염병 예방 조치의 하나로 감염병 유행 기간 중 의료기관 병상 등의 시설을 동원할 수 있다.

중수본은 각 지자체에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확보해야 할 대상과 지원 방안 등을 관할 의료기관에 안내하도록 했다. 또 의료기관별 확보 계획을 작성해 이날 오후까지 지출하도록 요구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이번 명령을 통해 300여개의 중증환자 전담 치료병상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해당 병원에는 향후 의료기관 평가, 인력 활용 등에 있어서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의료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모르는 행정명령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민간 상급종합병원에 내려진 ‘최소 1%’와 국립대학병원에 내려진 ‘1% 이상’이라는 각 기준에 사실상 차이가 없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민간과 국립에 거의 동일한 수준의 치료병상 확보를 요구한 셈이 되기 때문이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기존 상급종합병원의 암 환자나 심혈관ㆍ뇌질환 등 중환자들은 어디로 가라는 것이냐”며 “상급종합병원의 중환자실은 늘 가득 채워져 있는데, 전체 병상의 1%에 해당하는 중환자실이라고 하면 중환자실 전체의 20% 이상을 빼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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