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멈춘 카리브의 섬나라 쿠바 여행 에세이] 에피소드6-①

소몰이 하는 카우보이(중앙 하단)와 타고 다니는 말(우측)

-시골 같은 클래식 도시 트리니다드 둘러보기-

식민시대 노예의 상흔을 찾아 산티시마 트리니다드로 떠난다. 섬 중부에 있는 이곳은 아바나에서 315km 떨어져 있다. 도시라기보다는 소박한 시골 마을 같고 많은 박물관과 콜로니얼 시대 건물이 즐비하여 이곳을 쿠바의 클래식 도시라 한다.

트리니다드는 1514년 쿠바의 초대 총독인 디에고 벨라스케즈가 아바나를 포함하여 7곳에 식민지 정착촌을 건설할 때 세운 네 번째 도시로 17∼19세기 설탕 산업 호황기에 번성하였다. 그 후 아바나는 거점 도시로 성장하였으나 트리니다드는 지금까지 섬에서 가장 잘 보존된 식민지 도시로 남아 있어 쿠바를 찾는 여행객이 즐겨 찾는 곳이다.

아바나 도심을 떠나 해변 길에 접어들자 카리브의 옥빛 파도는 물보라를 일으키며 너풀너풀 춤추고 낡은 차는 신바람 난 듯 아스팔트 상태에 장단 맞추며 달린다. 푸른 하늘은 티끌 한 점 없이 해맑고 청수처럼 상쾌한 공기가 코끝을 스치자 풋풋한 싱그러움을 느낀다.

해변 길에서 바라본 카리브 전경
해변 길에서 바라본 카리브 전경

쿠바 섬은 적도와 가까워도 위도상으로는 북반구다. 해변 길을 벗어나 내륙 도로에 들어서자 빛바랜 카키색 겨울 초지가 끝없이 이어진다. 길옆 가녀린 나뭇가지에 매달린 색 바랜 잎은 버티지 못하고 한잎 두잎 떨어지는 모습에서 카리브의 겨울을 느낀다.

멀리 허름한 집들이 띄엄띄엄 눈에 띄고 카우보이모자를 쓰고 소몰이하는 풍경에서 미국 서부영화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한다. 겨울철이라 농사짓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황량한 벌판 메마른 초지에는 바람결에 건초만 나풀거린다. 4시간쯤 달려 트리니다드 외곽에 다다르자 먼발치에 바다가 보이고 나지막한 산자락에는 테라코타 기와지붕을 이고 있는 콜로니얼 시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모습이 보인다.

건축 재료나 양식은 그 시대 흔적을 비추는 거울이다. 점토는 선사시대부터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사용한 가장 인간 친화적인 건축 공예 재료다. 점토를 구운 후 띠는 황적색은 인간에게 가장 거부감이 없는 색감이다.

북미 원주민은 이 색을 인디언 핑크라 하고 용맹한 전사의 상징으로 얼굴과 몸에 붉은 점토로 문양을 그리는 풍습이 있다. 공예에서도 이탈리아『베이오의 아폴로』 그리스 『타나그라 인형』 그리고 고대 중국 『도용』과 같은 예술 작품도 모두 점토로 빚은 테라코타다.

박태수 수필가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