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CCTV 의무화, 관리는 나몰라라… 10대 중 7대 ‘노후’

어린이집 CCTV 화면을 스마트폰으로 보는 모습. 경기일보DB

경기지역 어린이집 내 CCTV 10개 중 7개는 설치된 지 5년이 넘는 ‘노후 CCTV’로 나타났다. 아동학대방지 목적으로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가 의무화됐지만 향후 교체 및 관리 규정은 없어 반쪽 짜리 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경기지역 어린이집에 설치된 CCTV는 모두 1만4천994개다. 이 중 71.2%인 1만680개는 설치된 지 5년 이상 지난 노후 CCTV다.

앞서 2015년 영유아보호법 개정으로 어린이집은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아동학대방지 목적에 따른 것으로 CCTV에 기록된 영상정보를 60일간 저장해야만 한다.

통상 CCTV 설치 후 5년이 지나면 카메라와 녹화기 등에 문제가 발생한다. CCTV 노후화의 대표적인 증상은 ‘영상 저장공간 부족’이다. 복지부가 최근 3년간 791개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 CCTV 관련 위반사항 823건 중 77%인 634건이 ‘영상정보 60일 이상 미보관’으로 인한 사유였다. 이 같은 이유로 아파트와 주상복합 등 주거시설에 설치된 CCTV는 현행 공동주택관리법 시행규칙에 따라 5년마다 전면 교체해야 한다.

그러나 어린이집 CCTV와 관련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에는 사용기한뿐만 아니라 점검 및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규정은 전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어린이집 CCTV 대부분이 노후화되면서 어린이집 현장에서도 전면 교체의 필요성을 공감하고 있지만, 강제 규정이 없는 탓에 점검이나 관리는 뒷전이다. 더구나 별다른 교체ㆍ수리 비용이 없어 100% 자부담으로 설치해야만 하는 등 경제적인 어려움도 원인 중 하나다.

수원시 A 어린이집 관계자는 “올해 초 영상이 흑백으로 저장되는 탓에 CCTV 1대를 수리했는데, 지난달부터는 녹화가 안 돼서 하드를 바꿨다”며 “막상 설치하라고 등 떠밀고선 관리나 책임은 떠넘기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고양시 B 어린이집 관계자는 “지자체 점검이 나오고서야 고장이 난 지 알게 된 CCTV도 있다”며 “부끄럽지만, 대다수 어린이집 종사자들은 기계적 지식이 부족해 지원이 없으면 아동 관리에 빈틈이 생기기 마련”이라고 토로했다.

이완정 인하대 아동학과 교수는 “어린이집 CCTV는 실제로 상당한 학대 예방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단순 설치 의무화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이후 교체나 관리ㆍ점검을 강제화하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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