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갖고 있는 주택의 공시가격을 믿는가. 공시가격을 결정하는 기본 산출 방식을 아는가. 공시가격 산정에 국민이 오래전부터 가져온 의혹이다. 조작이라기보다는 조직ㆍ인력이 부족한 데서 오는 부실 우려다. 500~600명 직원이 서너 달 동안 1천500만 가구 가까이를 조사한다. 직원 한 사람이 하루에 200여 가구를 조사한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마다 바뀌는 시세 반영률은 더 알아듣기 어렵다. 궁금증과 불만만 팽배하다.
이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개정안이 발의됐다. 김은혜 의원(성남 분당갑)이 대표 발의한 부동산가격 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다. 개정안은 두 가지 방향으로 정리된다. 부동산 공시 가격 산정의 기본 셈법인 측정 산식을 공개하는 것이 하나고, 공시 가격에 시세 반영률을 정할 때 국회의 동의를 얻도록 하는 것이 다른 하나다. 행정부가 마음대로 하던 것을, 입법부가 관여하고 통제하게 바꾸는 것이다.
당연해 통과돼야 할 법 개정안이다. 반대할 어떤 이유도 떠오르지 않는다. 부동산 공시가격은 각종 세금과 공적 부담금의 근거다.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건강보험료, 기초연금 등이 여기서 매겨진다. 60여 국가 업무가 관련 있다. 작금엔 비중이 더 크다. 과세(課稅)를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사용하면서다. 그 핵심 과세 종목이 재산세와 종부세다. 지난해 엄청난 세금 폭탄이 떨어졌다. 이 폭탄의 재료가 ‘공시가격 폭탄’이었다.
세금을 거둬들이려 쓰는 기준이다. 헌법은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해야 한다’고 돼 있다. 당연히 그 변동은 법의 의해 지배돼야 한다. 그런데 행정부가 맘대로 한다. 아무 간섭 안 받고 공시가격 높이고, 세금 기준으로 적용한다. 위헌이다. 적어도 위헌 소지는 충분하다. 그동안 많이 있었던 얘기다. 이번 개정안 발의는 그런 입법적 논란을 없애는 작업이다. 다수 여론을 반영하는 입법 활동이다. 반대할 이유가 없다.
지난해 공시가격이 왕창 올랐다. 주택 소유자들이 놀랐다. 그래도 어찌해볼 방법이 없다. 겨우 해봤자 옆집ㆍ옆 동네 공시 지가와 비교해보는 게 전부다. 무슨 공식으로 계산했는지도 모른다.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래 이랬다. 1989년 도입 이래 이렇게 깜깜이였고 일방적이었다. 이제 달라져야 한다. 공시가격이 세금폭탄의 수단으로 전환됐다. 국민 부담의 근거로 등장했다. 비중이 큰 만큼 당연히 간섭과 견제가 필요하다.
부동산 공시가격 제도의 투명화. 납세자인 국민이 원하고 있다. 이걸 현실화하는 법률 개정안이다. 반대하는 정파(政派)ㆍ정당(政黨)이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 ‘공시가격 산정이 계속 은밀해야 할 이유’를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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