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과 식민지시대,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이들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던 1966년. 악명 높은 친일파가 남긴 아름다운 저택 ‘벽수산장’을 모티브로 한 심윤경의 신작<영원한 유산>(문학동네 刊)이 출간됐다.
책은 저택을 둘러싸고 다시 한 번 일신의 영광을 이루고자 하는 친일파 윤덕영의 막내딸 원섭과 이름 없는 독립운동가의 아들로 태어나 유엔 산하 한국통일부흥위원회(언커크UNCURK)에서 통역 비서로 일하는 해동의 삶이 충돌하는 모습을 그린다.
작가는 언커크와 벽수산장까지 역사적 사실을 배경으로 윤원섭과 이해동이라는 인물을 통해 ‘영원한 유산’이 무엇인가를 묻는다.
벽수산장은 윤덕영이 지은 별장으로 해동이 일하는 한국통일부흥위원회의 사무실이기도 하다.
‘나 정도면 괜찮은 삶이지’라고 생각하는 해동 앞에 어느 날 윤덕영의 막내딸인 원섭이 나타난다.
원섭은 서대문형무소에서 출소해 국제기구로 쓰이는 벽수산장으로 돌아와 아무도 몰랐던 비밀의 방을 찾아내며 외교관들에게 자신의 위치를 각인시킨다. 기세등등해진 원섭의 뻔뻔한 말을 해동이 통역하며 그의 삶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뻔뻔하고 당당한 원섭과 부당한 현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는 소시민 해동. 해동은 자신을 괴롭게 한 벽수산장의 아름다움과 원섭으로 인해 사라지지 않는 권력을 인정한다.
잊힌 것과 존재하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한국전쟁과 식민지 시대를 지내온 소시민의 삶을 통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것은 남을 유산이 아닌 평범한 삶이라는 것을 이야기한다. 값 1만4천500원.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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