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입양 가정 사후관리 강화해야

양부모 학대로 16개월 된 입양아가 사망한 ‘정인이 사건’에 대한 국민 공분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입양제도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입양자격 조사를 민간기관에만 맡기는 현재 구조를 개선하고 가정법원의 입양자격 심사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사법정책연구원은 ‘입양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양부모 자격 조사는 입양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임에도 민간 입양기관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사실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가정법원 심사 과정에서 범죄경력 조회도 의무화해야 한다고 했다.

‘정인이 사건’을 보면, 아동 안전을 확인해야 할 입양기관과 아동보호전문기관, 경찰이 양부모의 일방적인 말만 듣고 사태를 방치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이 복지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입양기관인 홀트는 정인이가 사망하기 전까지 여러 차례 학대 신고를 받고 가정방문을 했으면서 정인이를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아이는 괜찮다’는 양부모 해명에만 의존해 학대 정황을 외면했다. 아동보호전문기관 담당자나 경찰도 마찬가지였다. 아동학대 문제에 대응하는 기관들의 전문성 부재를 보여준 사례다.

입양특례법은 입양기관이 입양아동의 사후관리를 위해 연 2회 이상 가정방문과 전화상담을 의무화 했다. 지자체는 이들 입양기관이 사후관리를 했는지 점검한다. 하지만 아동 전문가가 아닌 일반 사회복지사들이 조사관으로 투입되고, 연 2회 가정방문으로 아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는 힘들다. 정인이 사건에서도 드러났지만 전문교육을 받지 않은 민간위탁 아동기관 조사관들이 아동학대 피해 여부를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나마도 최근엔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가정방문 조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입양아동의 생활환경과 발달이 정상적인지 확인하기 더 어려워졌다.

경기도의회가 2017년 입양 촉진과 입양아동의 건전한 양육 지원을 위해 ‘경기도 입양가정 지원 조례’를 제정했다. 조례는 경기도가 입양 관련 실태조사 및 연구, 사후관리 절차 구축, 입양아동의 적응을 위한 상담 및 복지서비스 제공을 하도록 명시했다. 하지만 조례 제정 3년이 넘도록 실태조사 및 입양아동을 위한 정책 수립이나 연구가 전혀 진행되지 않았다. 입양아동에게 절실한 적응 상담과 복지서비스 등 사후관리 서비스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정부는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입양절차와 사후관리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민간기관이 입양 초부터 사후관리까지 모두 맡는 입양제도 자체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공적시스템이 입양 절차 및 사후관리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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