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모 손에 숨진 인천 8살 어린이 사망사건은 출생신고제도의 허점이 부른 비극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40대 친모는 지난 8일 A양의 호흡을 막아 살해한 뒤 일주일간 시신을 집 안에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친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동거남과 A양을 낳게 되자 법적문제 때문에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출생신고가 안된 A양은 ‘투명인간’이었다. 8년여 동안 사각지대에 방치돼 건강보험은 물론 보육 지원, 의무교육인 초등학교 입학 통지조차 받지 못했다.
충격적인 사건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전남 여수에서 생후 2개월 남자 아기가 냉장고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아동학대 혐의가 있는 친모를 수사 중 출생신고가 안된 상태에서 숨진 아동의 시신을 2년 넘게 냉장고에 보관한 것이 들통났다. 세상에 태어났으나 존재를 몰랐던 아이들, 그 존재는 싸늘한 주검을 통해서 밝혀졌다. 이들 ‘출생 미(未)등록 아동’은 사망신고조차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이 출생신고도 되지 않은 채 사망에 이르기까지 방치된 데에는 현재의 출생신고 제도가 큰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현행 가족관계등록법상 혼인 중 출생자의 신고는 부 또는 모가 하게 돼있다. 신고의무자인 부모가 자발적으로 자녀의 출생 등록을 하지 않으면 정부는 아동의 출생 사실을 파악할 수 없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부모에게는 과태료 5만원이 부과될 뿐이다. 이번 사건은 아동보호의 첫 출발인 출생신고를 부모 손에만 맡겨 둔 결과가 빚어낸 참사다.
자녀를 낳으면 당연히 출생신고를 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인천 사건처럼 혼외자의 경우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있다. 아이가 태어나는 즉시 출생 사실이 공적으로 관리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병원에서 신생아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행정당국에 알리는 ‘출생통보제’를 법제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나라 출생아동의 98.7%가 병원에서 태어난다. 그러므로 출산이 이뤄지는 의료기관이 아동의 출생 사실을 행정기관에 즉시 통보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보편적 출생신고제’라고도 한다. 영국, 미국 등 많은 나라가 부모에게 출생신고 의무를 두면서 의료기관에도 출생 사실을 통보하도록 하고 있다.
출생 미등록 아동은 현황 파악조차 어렵다. 이들 아동은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는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정부는 2019년에 ‘포용 국가 아동정책’, 2020년에 ‘제2차 아동정책 기본계획’을 통해 출생통보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으나 지지부진한 상태다. 아동 인권보호 차원에서 출생신고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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