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판사 탄핵’ 반대 여론, 상당히 높다

임성근 부산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탄핵이 추진 중이다. 탄핵 사유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사법 농단’ 연루다. 더불어민주당과 여권이 밀어붙이고 있다. 의석 분포나 추진 의지로 볼 때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추진하는 쪽에서는 사법 정의라고 말한다. 비위 판사 탄핵은 국회 책무라는 설명이다. 반대쪽에서는 사법 길들이기라고 말한다. 사법부 전체의 기를 꺾으려는 의도라는 설명이다. 다 정치권에서 나오는 목소리였다.

진짜 국민 의견이 궁금하다. 그 대강을 짐작할 결과가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조사한 자료다. 사법 농단 연루 판사 탄핵에 응답자 45.4%가 반대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자는 44.3%다. 불과 1.1%포인트 차이다. 당연히 오차범위 내다. 찬성이 많다거나 반대가 적다고 단정적으로 표현하기에는 무리다. 다만, 정부 여당의 단언과는 거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반대의견을 밝힌 답변자 수가 만만치 않다. 의미가 크다.

조사를 의뢰한 기관은 오마이뉴스다. 대표적인 진보 성향 매체다. 설문에 쓰인 문구가 주목된다. ‘세월호 관련 재판에 개입한 사법 농단 연루 법관의 탄핵’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국민 공분이 서려 있는 공통 화두 ‘세월호’를 연계해서 물었다. 찬성 쪽 답변으로 유인하는 듯한 측면이 없지 않다. ‘대한민국 대통령을 음해하는 칼럼을 쓴 일본 기자를 벌하는 재판’이라는 유도성 질문과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반대가 많았다.

분석 내용을 보면 중요한 게 또 있다. 광주·전라 지역은 찬성 59.9%, 반대 27.9%다. 여권 우호 지역이다. 대구·경북은 찬성 18.1%, 반대 61.4%다. 야권 우호 지역이다. 중도적이며, 곧 보궐선거를 앞둔 서울이 중요한데 찬성 38.8%, 반대 51.3%다. 이념 성향으로 쪼개 봐도 중도층의 54.6%가 판사 탄핵에 반대했다. 판사 탄핵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음이 틀림없다. ‘비리 탄핵’보다 ‘사법부 탄압’으로 보고 있음이다.

‘윤석열 상황’이 어른거린다. 그때도 출발 여론은 고만고만했다. 그러다가 추미애 장관과 여당의 무리한 밀어붙이기가 상황을 바꿨다. 검사들의 저항이 이어졌고, 여론이 돌아섰다. 판사 탄핵에서도 그런 흐름이 보인다. 관심이 높아지면서 반대 여론이 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무죄 탄핵’의 논리적 한계를 지적하는 당내 목소리도 있다. 20여명의 민주당 의원들이 발의에서 빠졌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우려를 표한다.

그 ‘지금’이 어떤 때인가. 국민에 각인된 몇 개의 재판이 있다. 윤석열 징계와 관련된 2건의 재판, 정경심 재판, 최강욱 재판이다. 하나같이 여권에 참담한 결과로 끝났다. 하필 이런 때 그 여권이 현직 판사를 자르는 탄핵을 들고 나왔다.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치겠나. 사법 겁주기, 사법 길들이기로 보이지 않겠나. 물론 이런 부담을 모르고 시작한 것은 아닐 터, 민주당의 판사 탄핵 질주가 끝날 때의 모습이 어떨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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