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왕조 막 내림 앞두고 김정빈 선발ㆍ김택형 불펜 역할 기대감
김광현, 이승호, 정우람은 SK 와이번스가 키워낸 KBO리그의 한 역사를 장식한 좌완투수다.
‘SK 왕조’ 시절 에이스 김광현은 물론 필승조 이승호, 정우람, 전병두, 박희수 등은 전통적으로 좌투수가 부족했던 다른 팀들의 부러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20년에 걸친 SK 역사는 신세계그룹에 매각돼 이제 막을 내리지만 좌완투수 왕국 SK의 마지막 적자(適者)로 명맥을 이은 김정빈(26)과 김택형(24)은 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두 투수 모두 지난해 불펜투수로 시즌을 보냈지만 투구 스타일만 놓고보면 김정빈은 선발, 김택형은 불펜이 더 어울린다.
먼저 1군 무대에 등장한건 후배 김택형이다. 2015년 넥센(현 키움) 입단 직후 구속이 10㎞나 늘어 150㎞에 이르는 속구로 데뷔 첫 해 1군 입성에 성공했다. 당시 넥센에는 마땅한 좌완 불펜투수가 없어 고졸 신인치고는 많은 기회를 받았다. 150㎞대 속구에 좌타자를 압도한 슬라이더가 주효했다.
2017년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 중 SK로 트레이드 돼 이듬해 신재웅, 박희수, 김태훈과 함께 막강 좌완 불펜진을 구축하며 팀의 4번째 우승에 기여했다. 통산 평균자책점이 7점대에 달하지만 최고구속 150㎞초중반대, 평균구속 140㎞ 중반대 속구는 그의 최대 장점이다. 여기에 통산 피안타율이 2할대 초반인 ‘필살기’ 슬라이더를 갖춰 제구력만 안정된다면 국가대표급 불펜감이라는 평가다.
또한 김정빈은 프로 8년차지만 지난해 첫 1군 풀타임 시즌을 소화했다. 후반기에 16.2이닝 평균자책점 8.10으로 무너졌지만 시즌 초 22이닝 연속 무실점으로 활약해 팬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겼다. 김정빈의 ‘필살기’는 지난 시즌 피안타율이 0.029에 그친 체인지업이다. 일반적으로 좌완투수의 체인지업은 우타자에게 강해 앞으로 좌완 선발로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는 우타자 피안타율이 0.176에 그친 것이 입증해주고 있다. 지난해 좌타자 상대 슬라이더 피안타율이 0.286으로 높아지면서 왼손타자 전체 피안타율도 0.255로 높았다. 일반적으로 좌투수의 슬라이더 교정은 체인지업 장착보다 쉽다고 알려져 그가 올 시즌 슬라이더 완성도를 높인다면 좌완 선발감이 없는 팀에 단비가 될 수 있다.
SK는 원조 에이스 이승호부터 김광현까지 수많은 명품 좌완투수를 배출했다. 김정빈과 김택형이 SK의 마지막 명품 좌완이자 신세계의 첫 명품 좌완투수로 거듭난다면 팀 마운드에 한층 더 활기를 불어넣을 전망이다.
권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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