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87년 전통 제물포고 송도 이전 재추진…원도심 교육 공동화 우려

인천시교육청이 87년 전통(구 인천중학교 포함)의 명문 제물포고등학교의 송도국제도시 이전을 재추진한다. 하지만 학교 이전에 따른 원도심 교육 공동화 현상이 불가피해 대책마련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24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중구에 있는 제물포고를 연수구 송도동 등에 있는 고등학교 부지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송도 5공구와 6·8공구가 이전 부지로 유력한 상태다.

시교육청은 최근 교육부에 제물포고 이전에 대해 건의했다. 교육부는 도시 개발이 계속 이뤄지고 현재 제물포고 부지에서 10㎞ 이상 떨어진 곳에 이전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시교육청이 제물포고 이전을 검토하는 이유는 현재 제물포고 주변의 학령인구가 계속 떨어져 학생들의 등교 거리가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 제물포고 노후화에 따라 야구단 모집 등이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여기에 송도국제도시가 주택개발에 따라 학령인구가 증가해 현재 과밀 학급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시 교육청이 이전을 검토하는 명분으로 꼽힌다.

시교육청은 제물포고 현재 부지에는 인천교육복합단지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인천교육복합단지에는 남부교육지원청이 들어설 전망이다. 또 진로교육원과 미디어센터, 제물포옛책방, 교육행정연수원을 함께 조성할 계획이다.

하지만 제물포고의 송도 이전이 갈수록 심화하는 원도심 교육 공동화 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천연구원의 ‘인천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교육 분야 정책방향’을 보면 인천의 원도심과 신도시의 2000~2020년 학령인구 변화는 대조적이다. 이 기간 동안 인천의 대표적인 원도심 지역인 동구·미추홀구는 각각 9천200명, 4만4천명이 줄은 반면 연수구·서구·중구 등 신도시가 있는 지역은 감소폭이 적거나 오히려 학령 인구가 증가했다.

특히 중구 원도심을 비롯해 연수구 원도심, 동구·미추홀구의 학교 수도 2005~2019년 128개에서 5개가 줄어든 반면, 중구 신도시와 연수구 신도시, 서구 신도시의 학교 수는 10개에서 54개로 5배 이상 늘어났다.

배은주 인천연구원 연구위원은 “학교 이전은 지역의 교육 공동화를 불러오고 이는 젊은 부모의 유출로 이어져 인구 공동화 현상도 일으킨다”고 했다. 이어 “학교 이전은 이 같은 모든 것을 복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추진해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안병배 시의원(중1)도 “지금 학령인구가 적다고 해서 앞으로도 인구가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은 과하다”며 “현재 중·동구의 주택 개발이 이뤄지기에 제물포고 이전은 많은 검토를 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제물포고 이전을 확정한 것이 아니다. 정확한 이전 부지를 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사안이 좀 더 구체화하면 지역 주민 및 지자체 등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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