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재난과 같은 상황에서 지친 마음을 표현하고 바이러스와 마주하면서 심각해진 문제를 깨닫게 했습니다.”
지난 25일부터 오는 6월3일까지 진행되는 전시 <전술들>은 경기문화재단 백남준아트센터의 2021년 첫 기획전이다. <전술들>은 지난해부터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가 낳은 자본의 양극화와 혐오, 차별, 배제 등 사회 문제를 돌아보고 공존의 의미를 되새기게 한다.
이번 전시는 구민자, 로레 프로보ㆍ요나스 스탈, 송민정, 전소정, 요한나 빌링, 배드 뉴 데이즈, 박선민, 박승원 등 8팀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품은 다소 암울할 수 있는 코로나19 상황을 담아냄과 동시에 코로나로 변한 사회의 모습과 그에 대한 실마리를 풀어냈다.
백남준아트센터 2층에 올라서자 작가 요한나 빌링의 작품 ‘보라’가 반겨줬다. 보라빛의 영상은 12분간 댄스커뮤니티가 크고 무거운 보라색 유리판을 들고 가는 것으로 시작된다.
바로 옆 ‘보라’와는 정반대의 분위기인 로레 프로보ㆍ요나스 스탈의 작품 ‘모호한 연합들’이 펼쳐졌다. 방수가 되는 고무바닥과 오징어 먹물 냄새가 나는 전시장을 들어서면 센서가 “새로운 세계에 들어왔다”는 신호를 보낸다. 전시장 곳곳에는 입술, 팔, 엉덩이 등 분리된 신체의 모형이 곳곳에 붙어 있었으며 바닥에는 문어와 인간의 신체가 결합된 영상이 흘러나와 음산하면서도 새로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전시를 기획한 이채영 학예팀장은 “코로나19로 1년 동안 행위에 대한 수칙이 많이 바뀌는 한 해였다”며 “코로나19가 낳은 여러 사회 문제를 돌아보고 공존의 의미를 새기며 개인들이 할 수 있는 전술을 풀어낸 전시다”라고 설명했다.
로레 프로보ㆍ요나스 스탈의 ‘모호한 연합들’과 전소정의 ‘광인들의 배’, 송민정의 ‘악사라 마야’는 코로나19 상황에 우리가 저항해야 할 것들에 대한 전술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각각 자본의 양극화와 혐오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 가짜뉴스가 판치는 상황 속에서 우리가 저항하고 빠져나가야 하는 것들을 상기시킨다.
박선민의 ‘모든 떨리는 것에 대한 2,3’과 박승원의 ‘장황한 대화’, 구민자의 ‘~라고 치자’는 팬데믹 상황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박선민 작가는 파괴되고 재건축하는 과정에서 방치된 나무들을 기록했다. 이 기록물을 미술관에 가져옴으로써 관람객들에게 어떤 전술로 살아갈지에 대한 질문을 생각하게 한다.
배드 뉴 데이즈의 ‘흐름과 막힘’은 코로나19 상황 속 모든 것을 라이브로 할 수 있는 시대를 표현했다. 영상은 노동자들의 농성을 위해 이동했던 경로가 실시간으로 방출된다.
김성은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이번 전시는 포스트 코로나 전시다. 우리는 감염병의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내고 있고, 예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 질문을 던졌다“라며 “바이러스 전쟁 속에서 대두되는 문제를 예술을 통해 일깨웠다”고 말했다.
김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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