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1일 제102주년 3·1절 기념사 키워드는 ‘화해와 협력’이다.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 한일 관계 해결 모색이라는 기존의 원칙이 재확인한 것이다.
기념식이 열린 탑골공원은 3·1독립운동이 시작된 역사적 현장으로, 만세운동과 독립선언서 낭독이 있었던 3·1 운동의 발상지다.
102년 전 일제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돼야 한다는 것을 세계만방에 고했던 정신을 되살려, 세계적인 선도국가로 도약하겠다는 도전을 세계 만방에 선언한다는 의미가 담겼다.
하지만 강제징용ㆍ위안부 등 한일관계 난제를 타개할 ‘새 제안’은 없었다는 점에서 험로가 여전하다는 전망도 나온다.
■과거사와 미래 협력 분리 대응 ‘투트랙’
이날 기념사는 한일 양국의 과거사와 미래 협력에 대해서는 분리해 대응하겠다는 기존 ‘투트랙’ 기조에서 벗어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이 미래 협력에 크게 힘을 실으면서 역대 연설 가운데 가장 나아간 ‘화해 메시지’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문 대통령은 대일 메시지의 비중을 크게 늘린 것은 물론, 과거사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과거에 발목 잡혀 있을 수는 없다”며 협력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일본과의 관계를 ‘분업구조’로 표현하며 “일본의 성장은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됐다”고 평가한 대목이나 “독립선언문의 목적은 일본을 배척하려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이같은 변화를 두고 문 대통령이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변화하는 국제정세를 고려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해 한미 공조가 절실한 시점에 바이든 행정부의 ‘한미일 3각 협력’ 강화 기조를 외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강제징용·위안부 난제 험로
문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의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동북아 방역·보건 협력체’ 등 코로나 극복 협력, 도쿄올림픽 성공 협력 등을 예를 들었다. 하지만 ‘새로운 카드’는 꺼내 들지 않은 셈이다.
특히 한일관계 경색을 불러온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도 언급하지 않았다. 결국 과거사 문제에 한일 양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경색 국면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한국 정부는 일본의 스가 요시히데 내각 출범 이후 꾸준히 관계 개선 메시지를 던졌지만, 일본의 반응은 냉담한 상태다.
다만 문 대통령이 이날 “지혜로운 해결책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한 만큼 강제징용 문제 등에 대해 새로운 복안을 제시하면서 물밑 협상에 한층 속도를 내리라는 관측도 나온다.
■‘방역협력체’통한 북한 껴안기 시도
이번 3·1절 기념사에서 남북관계 관련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줄었다. 코로나 위기 극복, 한일관계 등에 비중을 뒀기 때문이다. 북한의 동북아 방역·보건협력체 참여를 거듭 당부하고,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한 남북·북일·북미 대화 가능성을 거론한 수준이다.
바이든 행정부와 함께 할 ‘포괄적 대북전략’을 성안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데다, 현실적으로 남북관계를 진전시킬 모멘텀을 찾기가 녹록지 않은 상황을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성공을 위한 마지막 노력에 역점을 두면서도 가시적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점과도 맥이 닿아있다.
강해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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