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력한 대선후보가 있었다. 차를 마시는 자리에서 어떤 기자에게 불쑥 물었다. “어느 대학 나왔어요?” 해당 기자는 머쓱한 표정으로 “OO대를 졸업했다”고 대답했다. 그 후보는 “서울대를 졸업하지 않고도 기자를 할 수 있나”라고 되뇌었다. 물론 혼잣말이었다. 필자가 국회를 출입했던 시절 에피소드다. 아주 오래 된 얘기다. 섬세한 차별이다.
▶여성 회사원 A씨는 상사로부터 “아침에 A씨를 보니 기분이 상쾌하다”는 인사를 들었다. 상사는 별다른 의미 없이 인사치레로 한 발언일 수 있다. 하지만, 그 말을 듣는 입장에선 편안치 않을 수 있다. “내가 남성이었다면 그런 인사를 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세한 편견이다.
▶가끔씩 “일하러 나오면 애들은 밥을 어떻게 먹느냐”부터 “예쁜데 왜 연애는 안 하느냐” 등의 질문도 던져진다. 이럴 경우 대다수 여성 직장인은 표정관리를 할 수밖에 없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탓이다. 하지만, 속내는 편하지 않다. 얼굴을 조금만 찡그리면 까칠하다고 비난받기 마련이다.
▶이처럼 소수집단이나 약자를 향한 곳곳에 깔린 미세한 차별이나 편견 등을 ‘먼지차별(Microaggression)’이라고 부른다. 미국 언론이 만든 용어다. ‘아주 작은’이란 뜻의 Micro와 ‘공격’이란 뜻의 Aggression이 합쳐졌다. 소수집단이나 약자를 향한 도처에 깔린 작은 차별과 편견 등을 뜻한다. 미세먼지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 문제 제기도 어렵지만, 쌓이면 유해해진다는 데서 비롯됐다.
▶미국 얘기지만, 흑인 학생이 자리에 앉으면 백인 학생들이 일부러 흑인 학생과 멀리 떨어진 자리로 옮긴다. 아시아인이 어떤 직위에 오르면 백인들이 요즘 표현으로 엄지 척을 해준다. 내심은 “제법인데”라는 업신여김이 담겨 있다. 인종문제와 관련된 편견이다.
▶누군가에게 내뱉은 말이나 무심코 한 행동은 다시 주워담을 수 없다. 먼지처럼 거슬린다고 치울 수도 없다. 그렇게 쌓여버린 차별과 편견은 혐오가 되고 범죄로 이어진다. 먼지도 그렇다. 눈에 안 보인다고 치우지 않으면 언젠가는 온 집안을 더럽게 만든다. 아주 사소한 차별이라도 외면할 수 없는 까닭이다. 옳지 않은 건 꼭 고쳐야 한다. 사회는 그래야 앞으로 나아간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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