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 CCTV도 무용지물…뻑하면 털리는 ‘무인점포’

언택트(Untact) 시대에 무인점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잇따른 절도 사건으로 업주들의 피해가 크다.

10일 오전 10시께 수원시 장안구에 위치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물건을 채워넣던 진미선씨(43ㆍ여)는 하루가 멀다하고 쏟아지는 무인점포 절도 소식에 한숨을 내쉬었다. 진씨는 “동작감지센서가 달려 대당 30만~40만원을 호가하는 CCTV도 달아봤지만, 결국 사후(事後) 확인용이라 소용없다”며 “뒤늦게 영상을 돌려보면 취객이 매장에 들어와 자거나,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와 아이스크림을 들고나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무인점포는 10대에게도 쉽게 털릴 만큼 만만한 존재가 됐다. 지난달 26일 중학교를 갓 졸업한 A군(16) 등 3명은 수원ㆍ화성ㆍ안산 등 지역에서 하룻밤 새 무인점포 7곳을 털었다. 앞서 또다른 10대 절도범 B군(17)은 친구 2명과 성남ㆍ용인ㆍ서울 등 수도권 일대 무인점포 10곳에서 현금을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모두 검은색 롱패딩이나 마스크 등으로 인상착의를 꽁꽁 숨기며 CCTV를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상황이 이렇자 업주들은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포털사이트 카페 등에서 대책을 논의하거나 피해 사례를 공유하고 있다.

고성능 CCTV를 공동 구매하거나 절도범 사진을 넣은 경고문을 부착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절도 전후로 정확한 재고량 이나 현금 수량이 파악되지 않으면 피해 입증이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시대의 도래와 함께 무인점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조주현기자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언택트 시대의 도래와 함께 무인점포가 활성화되고 있지만,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조주현기자

경찰 수사도 쉽지 않다. 얼굴을 가리면 CCTV 영상으로 뒤를 쫓는 데 한계가 있다. 실제로 전국을 돌며 무인점포를 털었던 상습절도범 C씨(30)는 옷을 바꿔 입고 택시를 이용하는 방법만으로 경찰의 추적을 한 달 넘게 따돌렸다.

지난달 1~25일 경기도 전역과 서울ㆍ충남ㆍ대전ㆍ경북 등의 무인점포 23곳에서 현금 1천500만원을 절취한 C씨는 이달 8일에야 평택에서 검거됐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신용카드를 찍고 입장하는 방법도 도움이 되겠지만, 이 경우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계점을 드러낸다”며 “무인점포가 계속 확산될 전망인 만큼 새로운 사업방식이 자리잡을 때까지 경찰의 순찰 강화 등이 수반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서민과 자영업자 보호를 위해 중대한 피해가 발생한 경우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엄정 대응하고 있다”며 “범죄에 취약한 지역ㆍ시간대를 중심으로 예방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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