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명문대 진학 장학금

이연섭 논설위원 ysle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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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그런 곳이 있겠지만, 입시철이면 시골에 소위 명문대 합격 축하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었다. ‘OOO 서울대 의대 합격’ ‘△△△ 고려대 법학과 합격’. 마을의 자랑이고, 그 집안의 영광이란 듯 마을 입구에 잘 보이게 걸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특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전국 군(郡) 단위 30여개 장학회가 해당지역 학생이 서울대 등 명문대나 의예과 등 특정학과에 진학했다는 이유로 다른 학생들과 구별해 장학금을 지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장학금 지급 기준에 ‘서울대·고려대·연세대·카이스트·포스텍·치·의·한의대 입학생들에게 명문대 입학 장학금으로 1천만원을 지급한다’고 규정하는 식이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이른바 ‘명문대’로 불리는 특정대학과 의대 등 특정학과에 진학한 학생들을 ‘지역출신 인재’로 꼽아 장학금을 주는 것은 학벌에 의한 차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인권위는 34개 ‘군 단위 장학재단’에 “특정 대학교와 학과 진학을 기준으로 한 장학금은 대입경쟁의 결과만으로 학생의 능력과 가능성을 재단하는 것으로 학벌주의를 양산할 수 있으므로 관련 지급기준을 개선하라”고 했다.

인권위 의견대로 학벌이 중요하게 작용할수록 무조건 고학력을 얻으려는 교육수요가 유발되고, 초·중등 교육은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하게 된다. 이는 대학 간 서열화와 지방대학 붕괴로 이어진다.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도 2018년 군 단위 38개 장학회가 학벌로 장학금을 차별 지급하고 있다는 내용의 진정을 냈다. 해당 지자체 장학재단은 “군 단위의 열악한 교육환경에서 지역 인재를 양성하고 지역 위상을 드높인 점에 대한 보상”이라 했지만 학벌로 인한 심리적 박탈감과 열등감은 사회계층 간의 단절과 양극화를 초래하게 된다.

국회 교육위 강득구 의원(민ㆍ안양만안)이 ‘학교(학벌)에 따른 장학금 지급제도’ 폐지 촉구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1월 강 의원의 기자회견 후 몇몇 지자체는 특정대학 진학 장학금을 폐지하거나 제도를 개선했지만 상당수는 그대로다. 구시대적인 학벌 위주의 장학금 제도는 폐지되고, 학벌 중시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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