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O세권’이라는 말이 있다. 지하철역이 근처에 있으면 역세권, 숲이 가까우면 숲세권, 편의점이 가까우면 편세권 등 수많은 ‘O세권’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많은 사람이 주거 생활 반경에 무언가 이점이 들어가는 입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인천은 뛰어난 ‘섬세권’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육로가 연결된 강화도뿐만 아니라 항공·항구 인프라를 갖춘 영종도, 지구과학적 가치가 매우 뛰어나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정받은 백령·대청도, 수많은 섬이 밀집해있는 덕적군도 등 섬이 168개나 있다. 섬들은 각자의 매력을 한껏 뽐내며 여행객 등이 즐겨 찾는 관광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러한 훌륭한 관광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인천이 아직 수도권 섬세권으로서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1번째로 접근성에 제약이 있다. 육로가 있는 강화도나 영종도와 같은 섬은 방문이 어렵지 않지만, 대부분의 인천 섬은 바닷길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면 기상악화로 인한 출항 연기나, 뱃멀미 등의 제약이 있다. 시간적 불확실성이나 불편을 감수하며 여행을 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은 현대인의 교통수단으로서 큰 장애요인이다.
2번째로 특색있는 관광지 개발 부족이다. 지금까지 인천 섬 관광활성화의 화두는 테마다. 전체적인 테마는 ‘내 마음의 쉼표, 인천섬’, ‘가고 싶고, 살고 싶은 섬’ 등이 있다. 섬별로 ‘장봉도-인어’, ‘백령도-심청전’, ‘선재도-신비의 섬’ 등의 테마가 있다.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과 같은 관광명소나 코스는 상주 해설사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지역은 어떤 이유로 명소가 된 것인지 등을 현장에서 바로 파악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히스토리의 부각이 꼭 필요하다.
3번째로 관리 미흡으로 인한 관광자원의 훼손 문제다. 지난해 인천 섬 연구회 활동의 하나로 백령·대청 국가지질공원을 방문했다. 대청도의 나이테바위와 같은 자연과 역사가 담긴 소중한 유산들이 훼손이나 낙석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도 안전표지판 하나 없이 방치 중이다. 세계에서 극히 드문 천연자원인 ‘옥죽동 해안사구’, ‘사곶 천연비행장’ 등도 훼손 중이다. 여태껏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방치 중이다. 이 때문에 시정질의를 통해 인천시가 이른 시일 안에 보호 대책 용역에 착수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인천도 쾌속선 운행 증가나 헬기 여행, 섬 간 연륙교 연결 등으로 섬의 접근성을 높이는 동시에, 인천 섬이 가진 생태·지질학적 가치와 테마나 히스토리 등을 극대화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인천이 ‘섬세권’으로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공항·항만·다리 등의 접근성 인프라 구축과 함께 생태·지질·역사·문화 등의 연구를 통해 인천의 섬들을 다양한 모습을 간직한 의미 있는 관광지로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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