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는 코로나19 시대의 생활필수품이다. 국민권익위 조사에 따르면, 마스크를 매일 1개 이상 사용한다는 응답자가 38%였다. 평균 2.3일당 1개씩 사용한다는데, 1일 기준으로 환산하면 우리 국민이 매일 2천만개 이상 소비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연간 소비량은 73억개 이상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자료를 보면, 2020년 2월부터 10개월 동안 한국에서 생산된 마스크가 65억장에 이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에서 사용한 마스크 수량은 집계조차 어려울 만큼 많다. 사용한 마스크는 지구촌 곳곳에 마구 버려지고 있다. 우리 국민의 상당수는 폐마스크를 종량제 봉투에 버리지만 일부는 재활용 분류함에 넣는다고 한다. 폐마스크는 소각 과정에서 다이옥신 같은 유해물질이 배출된다. 일반 쓰레기로 분류돼 소각을 거치지 못하면 바다로 흘러가기도 한다.
홍콩 해양 환경단체 오션스아시아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지난해 바다로 흘러 들어간 폐마스크를 15억6천만개로 추산했다. 폐마스크는 분해에 400년 넘게 걸리고, 서서히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하면서 해양동물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친다. 브라질의 한 해변에선 죽은 펭귄의 배 안에서 마스크가 발견됐다. 마스크 줄에 발이 묶여 제대로 날지 못해 죽은 갈매기도 포착됐다.
심각한 환경문제에 온라인을 중심으로 마스크 재사용·재활용 시도가 늘고 있다. 그냥 버리기 미안하고 아까워 ‘마스크면으로 청소하기’, ‘의자다리 양말로 씌우기’, ‘마스크 끈으로 머리 고무줄 만들기’, ‘커피를 넣어 방향제로 사용하기’ 등의 팁을 공유하고 있다. 일부에선 오염 가능성 없는 마스크 ‘업사이클링’(원재료 분해없이 재가공)이나 ‘다운사이클링’(기계·화학적 공정을 거쳐 다른 형태로 재가공)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폐마스크 재활용에 답을 못내놓고 있다. 마스크 성분은 고무줄, 코 받침대, 마스크면까지 3개가 혼합돼 분리·수거 과정에서 감염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프랑스의 스타트업 ‘플락스틸’은 폐마스크를 수거해 4일간 보관 뒤, 마스크의 코 받침대와 면을 분리해 분쇄하고 자외선을 쏘여 재활용한다. 우리도 안전성 검사 등을 통해 폐마스크 처리 및 재활용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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