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라 인구는 일반적으로 1억명이 넘어야 소비와 생산이 균형을 이뤄 내수만으로 시장 유지가 가능하다고 한다. 내수가 한정적인 우리는 세계 교역의 지속적 증가 없이는 경제가 성장하기 어려운 처지다. 우리나라 인구가 1억명에 근접하면 지금의 극심한 수출 의존 경제가 조금이나마 나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중국과 인도 성장 원동력의 비밀은 해외 교포에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성장력으로 현재 1, 2위를 다투고 있는 중국과 인도는 지난해 기준 인구가 중국 14억, 인도 13억으로 세계에서 각각 1, 2위다. 중국 발전 동반자인 전 세계 5천500만 화교, 그리고 인도 발전의 핵심인 약 3천만 인교(印僑)들은 세계 곳곳에서 모국을 돕고 있다. “바닷물 닿는 곳에 화교가 있다”는 말대로 지연(地緣), 혈연(血緣), 업연(業緣) 등 이른바 ‘오연(五緣)’의 끈으로 160여 국에서 모국과 세계최대 규모의 초국가 민족네트워크를 형성, 국제 경제 질서를 주도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화교들의 재력과 두뇌 유치를 위해 파격적으로 우대하고 통일전선 전략에 따라 세계 화교네트워크를 종횡으로 밀접하게 엮어 조직화했다. 화교 못지않은 세력이 ‘해외 인도인’으로 전 세계 3천120만 명이 중남미·태평양·아프리카 등 5개국에서 상권은 물론 정치권력까지 장악한 경우도 있다.
외교부가 2년마다 조사한 ‘2019 재외동포현황’에 따르면 180개국에 약 749만명이 거주한다. 2018년 말 기준, 749만3천587명으로 2016년 말(743만688명)보다 0.85%(6만2천899명) 늘었다. 지역별로 미국(254만6천952명), 중국(246만1천386명), 일본(82만4천977명) 순이다. 베트남 거주 재외동포가 38.7%(4만8천226명) 급증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외교부는 우리 기업 투자와 진출이 활발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체 인구 10분의 1에 해당하는 재외동포정책은 민주화 이후 역대정권이 ‘교민청’ 설립을 대선공약으로 약속하고 정권 초기에 추진과 중단을 반복했다. 특히 국회도 2005년부터 회기마다 앞 다퉈 관련 법안을 발의했지만 부처 이기주의에 밀려 폐기되는 등 정권의 정치, 경제적 필요와 분단 영향에 따라 제한적으로 이뤄지거나 무산됐다. 흩어진 재외동포 지원 업무를 통합하고 조정해야 될 기관이 분산돼 있어 이를 체계적이고 종합적으로 수립·시행할 재외동포청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문화영토’ 확장이란 측면에서 미-중 대립으로 촉발될 세계질서 변동기에 대륙웅비의 꿈을 갖고 소중한 민족자산인 교포들에 대한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박종렬 가천대 명예교수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