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아지는 건물에 볕 안 들고, 먼지까지”… 불안한 녹산유치원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녹산유치원과 불과 1m50cm 떨어진 곳에서 신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원아들이 외부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녹산유치원과 신축 공사현장. 조주현기자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녹산유치원과 불과 1m50cm 떨어진 곳에서 신축 공사가 진행되면서 원아들이 외부활동을 제대로 못하는 등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사진은 녹산유치원과 신축 공사현장. 조주현기자

“한참 볕보고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인데, 놀이터를 쳐다만 보고 있으니….”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의 녹산유치원 원생들은 따뜻한 봄 날씨에도 놀이터에서 놀지 못한다. 지난 2월 유치원 놀이터와 불과 1m50㎝ 떨어진 거리에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 건물 신축 공사가 시작되면서다.

안전을 이유로 벽을 세워놨지만 높은 건물에서 공사 자재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봄바람과 함께 불어오는 공사장 먼지도 방법이 없다.

공사 완공 예정일은 6월 말로, 올봄엔 아이들의 놀이터 이용은 어려워 보인다.

건물이 나날이 높아질수록 아이들에게 주어지는 햇빛까지 줄고 있다.

유치원 관계자는 21일 “건물이 완공될 때면 아이들은 그늘 속에서 소꿉놀이를 하게 될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21일 수원시 팔달구 녹산유치원. 놀이터 바로 옆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1일 수원시 팔달구 녹산유치원. 놀이터 바로 옆 3층짜리 근린생활시설 신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학부모들도 놀이터 바로 옆 공사장에 불안함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3년 전 ‘서울상도유치원 붕괴사고’ 사례를 들며 우려를 표했다.

서울시 동작구 상도유치원은 지난 2018년 인근 공사장의 흙막이가 무너진 충격으로 건물이 기울어지고 붕괴돼 결국 철거됐다.

보기만 해도 아슬아슬한 놀이터 옆 공사에 대해 유치원 측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고 말한다.

녹산유치원 A 원장은 “건물이 세워지는 것은 알았지만, 이렇게 놀이터 바로 앞에 공사가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놀이터 점검에서 해당 건물이 너무 가까워 놀이기구 위치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했다.

팔달구청은 ‘문제없는 건축 허가’라는 입장이다. 팔달구 건축과 관계자는 “건축법상 검토가 충분히 이뤄진 후 건축허가가 났다”면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 시공사와 공사 감리자 측에 최대한 안전한 공사를 요청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교육시설 주변 공사 허가에 대한 규제가 없어 아이들과 학부모가 각종 위험과 소음, 먼지에 노출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도내 B 유치원 C 원장은 “유치원과 1m도 채 안 되는 거리를 둔 공사장은 이곳뿐만이 아니다. 온갖 소음과 먼지에 더해 공사업체 노조까지 와서 시위라도 하는 날이면 막을 도리가 없어 답답하다”며 “안전 규정 부실로 피해를 학부모와 아이들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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