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초등학생이 25t 화물차에 치어 숨진(본보 19일자 5면) 것과 관련, 경찰이 2년 전 이 학교의 화물차 우회 및 스쿨존 통행 통제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인천시교육청과 인천시경찰청 등에 따르면 신광초등학교는 지난 2019년 4월께 인천 중부경찰서에 ‘대형화물차 운행 통제 협조 요청’이라는 이름의 공문을 보냈다. 학교 등·하교 때나 방과 후 수업이 이뤄지는 시간 등 학생 통행이 많아지는 시간에는 대형화물차를 스쿨존이 아닌 다른 도로로 우회시켜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같은해 5월 학교측에 대형화물차 통제가 부적합하다고 회신했다. 당시 경찰은 대형화물차 통행을 통제하면 자칫 서해대로 등 우회도로에 교통정체가 심하게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화물차 이동이 길어져 불편이 커질 것이라고 판단했다.
경찰이 당시 학교측의 의견을 받아들였다면 이번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고가 원격수업을 통한 정규 수업이 끝나고 방과후 수업이 이뤄지기 전인 오후 1시50분께 발생한데다, 대형화물차의 스쿨존 내 통행으로 인한 사고이기 때문이다.
최근 이번 사고와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스쿨존 내 화물차 통행을 금지시켜달라는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특히 사고 장소는 스쿨존인데도 속도제한이 시속 30㎞가 아닌 시속 50㎞로 일반도로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경찰청 교통안전시설심의위원회에서 주변 도로 상황 등을 고려해서 속도 제한 기준을 정하는데, 이 곳은 50㎞로 정해진 상태다.
장일준 가천대 교통안전학과 교수는 “우회도로가 막힐 수 있다는 이유로 화물차 통행제한을 하지 않은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경찰 측이 스쿨존 내 화물차 통행제한, 속도제한 강화 등에 시급히 나서야 한다”고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사고 직후 학교 측과 회의를 했는데 거기서 화물차 통행 제한 의견이 나와서 다시 검토를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학교 앞 속도제한을 시속 30㎞로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한편, 경찰은 스쿨존에서 발생한 사고인 만큼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기사 A씨에게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치사 혐의를 적용,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씨는 지난 18일 오후 1시 50분께 신광초교 앞에서 불법 우회전을 해 학생 B양(10)을 숨지게한 혐의다. 현재 신광초 앞에는 시민들이 B양의 추모를 위해 두고 간 국화꽃 다발과 메시지가 놓여있다.
이승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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