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인 생계위협 ‘팔달문 성곽 잇기’... 수원시 “이주 안하면 강제집행”

2천500억원이 투입되는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이 이주대책 및 명확한 향후 구상없이 졸속으로 진행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사진은 21일 오후 수원시 팔달문 일대. 조주현기자

수원화성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이 이주대책 없이 추진되고 있다는 지적(경기일보 22일자 2면)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수원시가 사실상 ‘법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원시는 오는 2029년까지 복원사업 대상지 토지 매입 및 보상을 완료하겠다고 28일 밝혔다.

현재 보상작업이 진행 중인 1단계 사업(팔달문~남수문 구간ㆍ1만1천512㎡)을 2024년까지 마무리 짓고, 2단계 사업(팔달문~팔달산 구간ㆍ9천849㎡)은 2025년 시작해 2029년 완료한다는 구상이다.

이를 위해 보상 협의가 이뤄지지 않는 일부 구역을 오는 5월 경기도지방토지수용위원회에 수용재결 신청, 소유권을 이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또 소유권 이전이 완료된 건물에 남아 있는 미이주 상인들을 대상으로 명도소송을 걸고 강제집행에 나서기로 했다.

시는 ‘지속해서 소통하며 접점을 찾겠다’는 언급 외에 상인들과 어떻게 협의하고 대책을 마련할 것인지 제시하지 않고 있다.

‘정조가 만든 시장을 지켜달라’는 팔달문시장 상인들의 주장과 관련해서 시는 “애초 시장은 성곽 밖에 있었다가 성곽 철거 이후 확장된 것이기 때문에 주민들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일축했다.

상인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직격탄을 맞은 상황에서 문화재 복원이라는 명분 하에 수십년간 살아온 터전에서 내쫓길 위기에 처했다.

서정돈 팔달문시장 철거 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225년 역사를 가진 시장을 문화재청 지시만 듣고 없애려는 수원시의 행정이 개탄스럽다”며 “가운데서 조율자 역할은 못해줄 망정 먼저 나서서 민초경제를 짓밟는 셈”이라고 분개했다.

수원시 화성사업소 관계자는 “해당 사업은 일제강점기에 강제 훼손된 수원화성의 원형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며 “주민들을 강제로 내쫓겠다는 취지는 아니고, 앞으로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하는 자리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팔달문 성곽 잇기 사업에는 국ㆍ도비 포함 2천5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며, 이 중 보상비로 1천750억원(70%)이 사용된다.

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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