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밝은’ 배곧신도시ㆍ아주대삼거리 …경기 조명 40%는 빛 공해

경기도 빛공해 기준 초과 조명 비율

#이달 초 시흥시 정왕동 배곧신도시로 이사 온 50대 K씨는 최근 집에 암막 커튼을 설치했다. 밤만 되면 건너편 상가에서 나오는 네온사인 탓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서다.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 아주대삼거리에 살던 대학생 L씨도 비슷한 이유로 2개월 만에 번화가와 떨어진 곳으로 월셋집을 옮겼다. L씨는 “날이 좋아도 밤에 창문을 열지 못했는데 이제 지긋지긋한 조명들이 사라져 살만하다”고 했다.

경기지역에 설치된 조명 중 40%가 빛 방사 허용 기준을 초과, 시민과 동ㆍ식물들이 ‘빛공해’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지난해 4월부터 올 2월까지 31개 시ㆍ군, 400개의 표준지를 선정해 ‘빛공해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했다.

조사는 △가로등ㆍ조사등과 같은 공간조명 △옥외광고물 등 광고조명 △건축물에 설치된 장식조명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지자체별로 시흥(56%), 안양ㆍ화성ㆍ광명ㆍ안성(각 53%), 의왕(52%) 순으로 빛 방사 허용기준을 초과했다.

설치된 조명등 2개 중 1개는 빛 공해로 분류될 수준이다.

시흥시의 경우 배곧신도시(79%)와 은계지구(75%) 등 신도시의 초과 비율이 다른 지역을 크게 웃돌아 빛공해로 인한 주민들의 민원이 다수 발생했다.

주거지역에선 안성시 당왕지구에서 2019년 입주를 시작한 그린코아더베스트 아파트가 기준치 86%를 초과하며 1위로 꼽혔다.

이어 안산시 각골로상가 82%, 고양시 지축역 북한산유보라 아파트 80%, 수원시 아주대삼거리가 76%를 초과했다.

야간 빛공해로 인한 민원은 안성시가 255건으로 20% 이상 차지해 가장 많았고, 부천시(169건)와 안산시(166건)가 뒤를 이었다.

상업지역에선 광명시 광명종합터미널이 77%로 기준치를 가장 많이 넘어섰다.

빛공해는 자연환경에도 큰 피해를 주고 있다.

산속에 위치한 안양시 돌석도예박물관과 화성시의 섬 제부도 등 도내 10여곳이 기준치 100%를 초과해 과도한 인공조명이 자연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자연환경보전지역인 제부도는 61배가 넘게 초과돼 빛공해가 심각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빛공해가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고, 최악의 경우 우울증과 같은 정신 질병까지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 정신의학과 교수는 “낮에 빛이 부족하고 밤에 빛이 많은 환경에서 살면 생체리듬이 무너지고 우울증 등이 생길 위험이 크다”며 “현대인에게 스트레스, 트라우마 등이 많은 이유”라고 했다. 그러면서 “빛공해에 대한 인식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령기자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