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남동구에서 장애 아동을 상대로 한 학대 의심 사건이 발생했다. 하지만 기초 조사를 한 남동구로부터 수사를 의뢰받은 경찰의 대처가 도마에 올랐다.
30일 인천시경찰청과 구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한 어린이집 원장은 자폐증을 앓고 있는 원생 A군(5)의 허벅지 안쪽·손·어깨 등 몸 곳곳에 난 멍과 손톱으로 할퀸 자국 등을 보고 구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
구의 기초 조사에서 A군의 친모는 지난 13일 일을 하기 위해 2∼3시간 집을 비운 사이에 A군이 자해를 해 상처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또 A군과 함께 지내고 있는 외조부, 외조모도 아이가 평소 자신의 얼굴을 때리고 바닥에 머리를 부딪히는 등의 행동을 반복해 상처가 많다고 진술했다.
이런데도 구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은 A군의 몸 곳곳에 있는 상처의 정도와 위치 등을 토대로 친모의 학대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구는 지난 24일 남동경찰서에 수사를 의뢰했다.
그러나 남동서 여성청소년과는 수사 의뢰를 받은 다음날인 25일 오후에 “만 13세 미만의 아동학대 사건은 인천시경찰청에서 전담”한다며 인천경찰청에 다시 수사를 의뢰하라고 구에 요청했다. 이에 따라 구는 내부결제 절차 등을 다시 밟아 26일 오전에서야 전자결제시스템인 온나라 시스템을 통해 인천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인천경찰청은 3일이 지난 29일 오후 이 사건을 여성청소년수사대로 배당한 상태다.
앞서 지난 1월 11일 문재인 대통령과 정세균 국무총리는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 사건으로 불거진 아동학대 문제에 대해 사과하면서 아동학대 사건 발생시 아동의 즉각 분리조치 등 근절 대책을 내놨다. 당시 정 총리는 “(아동학대 근절) 대책이 현장에서 반드시 집행되느냐가 문제 해결의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학대 사건은 골든타임을 놓치면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며 “최근 정부가 공식 사과까지 했는데, 아직 현장에선 제도가 자리잡히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남동서 관계자는 “같은 경찰이니까 접수를 하고 (인천경찰청으로)이송을 해도 되는데, 담당자가 이를 잘 알지 못했다”며 “뒤늦게 공문을 (인천경찰청으로) 바로 보내도 된다고 해서 어제(29일)에 사건을 이송했다”고 했다. 이어 “오늘 자폐아동에 대해 남동서 및 인천경찰청 담당자, 전문가 등 합동으로 현장조사를 했다”고 했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1차로 구에서 아이를 면담하고, A군의 자해 행위를 친모가 사전에 원장에게도 이야기했기 때문에 촌각을 다투는 사건이 아니었다”고 했다. 이어 “구에서 보낸 수사의뢰 공문을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