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시청 공무원이 구속됐다. 투기 정국 이후 첫 구속이다. 현직 간부공무원이다. 도시 철도 연장 사업 업무를 담당했었다. 1년여 뒤 역사 예정지 약 50m 거리에 건물을 샀다. 대출받은 돈만 40억원이다. 경찰은 “업무 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재물을 취득한 혐의”라며 “사전 구속영장 발부 사유는 범죄 혐의 소명과 증거 인멸 우려”라고 했다. 여기에 부인의 이름이 나온다. 매입한 부동산의 공동 명의자가 부인이다.
익숙한 상황이다. 경기도청 공무원의 원삼면 투기도 그렇다. 부인 이름이 등장한다. 부인이 회사를 만들었고, 그 회사가 문제의 땅을 매입했다. 남편 공무원의 이름은 거래 과정에 등장하지 않는다. 현재 토지 등기부등본에도 없다. 범행의 연결을 차단하려는 의도다. 남편이 경기도청에서 관련 업무를 했다. 직무상 비밀을 몰랐다고 볼 수 없다. 이런 경우에 자주 등장하는 변명이 있다. ‘나는 관여하지 않았다. 아내가 했다.’
다 소용없는 짓이다. 수사 과정에서 어떤 방어도 되지 않는다. 되레 ‘교활한 꼼수’라는 비난만 더해진다. 그런데도 이런 안타까운 사례들이 곳곳에서 목격된다. 시흥시의원이 개발 예정 지역에 땅을 샀다. 건물까지 신축해 알박기 의혹을 샀다. 거기에 딸 명의가 등장한다. 1년 전 퇴임한 용인시 간부 공무원도 반도체 클러스터 주변 땅을 샀다. 그 거래의 명의자도 아들이다. 부인, 딸, 아들 등 가족들이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온다.
평생 공직자의 퇴임은 볼 때마다 숙연해진다. 30여년을 공복의 자세로 살아온 데 대한 존경이다. 그런 퇴임식에는 늘 배우자가 함께한다. 감사와 축하의 꽃다발을 함께 받는다. 공직자에게 배우자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하다. 이들의 희생과 절제 없이는 올곧게 수행할 수 없는 길이다. 그렇지 못한 배우자들의 비극을 지금 보고 있다. 남편 공무원의 정보를 이용해 투기한 부인들이다. 남편과 공모해 개발지를 누비던 부인들이다.
경기 경찰에서만 20~30건의 투기 수사가 진행 중이다. 공직자 또는 의원들의 범죄 행위가 더 드러날 것이다. 여러 건에서 부인 등 가족의 이름이 거명될 것이다. 남편의 의도인지, 부인의 계획인지 사건마다 실체적 진실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바뀌는 건 없다. 배우자의 역할이다. 30년 공직의 뒤에 배우자, 남편을 영예롭게 한 부인이다. 투기 공직의 뒤에도 배우자, 남편을 패가망신시킨 부인이다. 많은 부인들은 전자(前者)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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