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는 인천] ‘대량생산’ 득보다 실이 큰 시대

나라나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만, 풍요의 시대를 맞이해 남아도는 물건이 처치 곤란인 시대가 되었다. 많은 물건이 대량으로 만들어져 세계에 쏟아져 나오고 있어, 뭐든 값싸게 구입할 수 있는 시대이다. 기업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지를 옮겨가며 대량생산체제를 구축하여 쉴새 없이 제품을 생산해낸다. 예전에 사기 힘들었던 물건들이 싼값에 나오니, 이게 웬 떡이냐며 너도나도 앞다퉈 구매한다. 인간의 욕심이 한이 없어 소화하지도 못할 물건들을 이것저것 사게 된다. 경품을 준다며, 하나에 하나를 더 준다며, 대량으로 사면 더 싸게 준다며, 인간의 소비욕구를 자극하여 많은 물건을 구입하게 한다.

대량생산체제에는 많은 사람이 관계하여 그 시스템 속에서 돈벌이를 하며 생을 영위하게 된다. 국가도 그 시스템 덕에 유지되는 셈이다. 결국 기업의 생산활동이 원활하지 않게 되면 많은 사람의 생이 어려워지게 된다. 기업은 감원이나 해고 사태를 맞게 되고, 일자리는 줄어 안정된 사회시스템이 붕괴하게 된다. 물건을 만들어 팔고 사는 구조는 사회를 돌아가게 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대량생산과 소비는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물건의 질도 떨어져 물건에 대한 고마움도 잃게 하고 있으며, 버려지는 물건이 많아 지구를 쓰레기더미로 만들고 있다. 싸고 좋은 물건이 나쁠 것은 없지만, 싸고 좋은 줄 알았는데 싸기만 하고 좋지 않은 물건들이 범람하여,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증명이라도 하고 있다.

전에는 명품을 사면 비난했는데, 아니 오히려 명품을 사야 하는 시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서 써보니 물건도 좋고 비싸니 아끼며 소중하게 여기게 된다고 한다. 소비가 만족을 위한 행위라면, 싼 것 백 개 사느니 명품 하나 사는 것이 더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과 세상을 쓰레기더미로 만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에 새삼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정말 싸고 좋은 물건이 많았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는 대량생산이 아니라 가치 있는 소량생산을 추구해야 할 것 같다. 그간 사 모은 싸구려 물건들은 장소만 차지하고, 버리기도 그렇고 처치 곤란한 것이 사실이다. 한때 가졌던 외제품에 대한 기억이 떠오른다. 옷이든 가전제품이든 품질도 좋고 고장도 나지 않아 지금의 명품과도 같았다. 하지만 어느덧 그런 물건을 찾을 수가 없다. 일본제품이든 한국제품이든 제조국이 바뀌면서 모양은 갖췄는데 질은 떨어져, ‘싼 게 비지떡’이 되고 있다. 이제는 비싸도 좋으니 한국인의 손으로 만든 질 좋은 물건이 많이 나왔으면 한다. 더 이상 쓰레기처럼 버리지 않을 아끼고 오래 간직할 물건을 구입하고 싶다.

모세종 인하대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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