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단지 청산가리 6천배 독성 비료?…반려동물 산책 주의보

구리시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안내문

아파트 산책로나 공원 등 반려동물이 오가는 길 인근에 독성 물질이 포함된 비료가 무분별하게 뿌려지고 있어 반려인의 주의가 요구된다. 당국은 유독성 비료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대책 마련에는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구리시 갈매동 한 아파트에 사는 반려인 P씨(39)는 일주일째 강아지와 단지 내 산책을 못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아파트 단지 산책로 주변 화단 등에 유박비료가 뿌려졌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다.

봄철 식물 생장ㆍ농작 목적으로 살포되는 유박비료는 독성 물질인 ‘리신(ricin)’을 함유하고 있다. 리신은 청산가리의 약 6천배에 달하는 독성을 지니고 있어 이를 삼킨 동물 등은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다. 생김새가 반려동물 사료와 유사하고,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탓에 반려ㆍ야생동물들이 호기심을 갖기 십상이다.

P씨의 아파트 곳곳에는 ‘비료를 뿌렸으니 당분간 반려동물 정원출입을 삼가해 달라’는 관리사무소의 안내가 있었지만, 해당 비료가 유독성인 유박비료인지는 안내하지 않았다. P씨는 “동물뿐 아니라 사람에게도 위험하다는데, 사람들이 밀집된 도심 공간에서 위험한 비료를 굳이 왜 쓰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박비료로 인한 반려동물 사망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남양주에 사는 A씨도 유박비료로 반려견을 떠나 보냈다. 지난해 초 A씨는 반려견과 함께 남양주의 한 애견 운동장을 찾았는데, 운동장 인근에 살포된 유박비료를 반려견이 삼킨 뒤 죽은 것이다. A씨는 반려동물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애견 운동장에 이러한 독성 물질이 있을지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정부는 유박비료 사용을 농업용으로 제한, 지자체나 관공서 납품을 중단했다. 하지만 P씨의 아파트처럼 민간에서는 누구나 손쉽게 유박비료를 구할 수 있었다.

5일 온라인 쇼핑몰에서 유박비료 수백개의 물품이 판매되고 있었다. 독성물질과 관련된 주의사항은 전혀 표기돼 있지 않은 사이트도 볼 수 있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유박비료의 판매를 제한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농림축산부 관계자는 “아파트처럼 동물이 많은 곳에서의 유박비료 사용은 위험하다”면서도 “유박비료 포장지에 ‘농업용’과 ‘반려동물에게 유해하다’는 경고문구를 표기해 관리하고 있다. 다만 판매를 강제로 막기는 힘들다”고 밝혔다.

김해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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