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층 이상이면 같은 방향으로 가는 다른 손님과 함께 택시를 탔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강남역이나 사당역 등에서 “안양, 수원 한 분 출발”을 외치며 합승할 승객을 찾던 풍경이 떠오를 수도 있다. 합승이 허용되던 시절, 운행 중인 택시기사는 중간중간 서서 ‘어디까지 가세요?’ 묻고는 같은 방향이면 맘대로 다른 승객을 태웠다. 때때로 술 취한 승객이 타면 고약한 술 냄새에 코를 막아야 했고, 시비라도 걸면 어쩌나 겁을 먹었다. 같은 방향이라기 보다 비슷한 방향이어서 돌아갈 경우엔 기사와 승객이 경로와 요금을 놓고 시비를 벌였다. 합승을 가장해 강도짓을 하는 범죄도 있었다.
택시 합승은 기사의 호객행위, 요금 시비 등 여러 부작용으로 1982년 금지됐다. 정부가 단속과 처벌 수위를 높이자 자취를 감췄다. 이후 낯선 사람과의 동승에 대한 불안감이 없어지면서 많은 사람이 보다 편안하게 택시를 탈 수 있게 됐다.
39년만에 택시 합승이 허용된다. 정부가 상반기 중 플랫폼을 활용한 ‘자발적 택시 합승 서비스’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플랫폼 앱을 통해 자발적으로 택시 합승을 원하는 이용자와 택시를 연결시켜 심야 시간대 택시 잡기가 쉬워지고, 같이 가는 길의 비용을 나눠 지불해 택시값도 절감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상반기 중 법령을 개정해 규제를 풀 계획이다. 이미 플랫폼 기업 코나투스가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적용받아 ‘반반택시’를 운영하고 있다. 이동 경로 70% 이상이 겹치거나 비슷한 승객 2명이 자발적으로 동승을 신청하면 앱이 택시를 호출해 이들을 이어주는 방식이다.
혼자 탈 때보다 요금이 저렴하고 심야 승차난도 해소된다지만 온라인에선 비판 여론이 거세다. 택시 합승에 부정적인 시민들은 “불법적 합승 강요가 기승을 부릴 것”이라며 우려한다. 자발적 합승이라지만, 합승을 원하지 않는 고객은 택시를 잡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여성들은 택시 합승 거부감이 더 크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방역에 방해되는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 안전과 방역에 역행하는 택시 합승의 부활, 적절한 지 의문이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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