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국민의 심판은 끝나지 않는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ch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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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대한민국) 역사야, 이 나라고…” 2017년에 개봉한 영화 더킹에서 검사장 한강식의 일갈이다. 한강식은 부패ㆍ정치검사다. 권력을 잡고 지키기 위해 검사직을 악용하며 온갖 불법을 저지르며 승승장구한다. 정치인의 비리를 캔 뒤 협박하는 건 애교 수준이다. 대선에 개입, 선거판을 뒤엎으려는 기획수사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같은 한강식을 동경하며 권력의 정점에 서고픈 박태수 검사. 그는 한강식의 라인에 서서 이슈를 이슈로 막고, 물라면 물고 짖으라면 짖었다. 그 대가는 달콤했다. 일선 검사로는 꿈도 꾸지 못할 물질적 풍요로움을 누린다. 욕망의 끝이 그렇듯 그는 버림받고 검사직까지 빼앗긴다. 모든 것을 잃은 그가 선택한 것이 정치다.

부패ㆍ정치검사는 민주투사로 변신하고 어느덧 영화는 종반부 선거개표 카운트 장면으로 바뀐다. 이때 박태수의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내가 어떻게 됐냐고. 당선됐냐고. 떨어졌느냐고. 그건 나도 궁금하다. 왜냐하면 그건 당신이 결정하는 거니까”. 영화감독은 아마도 ‘권력의 선택은 국민의 몫’이라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보다.

4ㆍ7 재보궐 선거가 막을 내렸다. 비전은커녕 자성도 없는 네거티브와 막말이 쏟아졌다. 정책은 실종되고 내곡동땅, 생태탕, 명품구두만 남았다. 내로남불의 여당 정치인 행태, 특정방송인의 핀셋 인터뷰는 문 정부가 그렇게 외치는 공정을 상실했다.

치졸해도 이처럼 치졸할 수가 없다. 선거비용으로 824억이 쓰였지만 100원의 가치에도 미치지 못한 수준 이하다. 한국정치의 답답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그럼에도 사전투표율이 20.54%로 역대 선거 가운데 가장 높았다. 유권자의 관심이 많다는 것을 반증한다. 정치인들의 재보궐 선거는 끝났지만, 국민의 심판은 끝나지 않는다.

김창학 정치부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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