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남양주 화재 대피소 ‘도농중 체육관’…“생각할 겨를도 없이 도망”

▲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재민이 된 주민들이 11일 오전 1시 도농중학교 체육관에 임시 거처를 마련했다. 윤원규기자

“생각할 겨를도 없었죠…지하에 차량도 버려둔 채로 딸과 도망쳤어요.”

남양주의 한 주상복합건물에서 큰 불이 나 주민 수백명이 대피했다.

11일 오전 1시10분께 주민들의 임시 거처가 마련된 도농중학교 체육관 2층. 전날 오후 8시30분께 현장에 도착한 대한적십자사 경기도지사 동북봉사관 소속 봉사자들은 이재민들이 머물 텐트(쉘터)를 바쁘게 설치했고, 하나 둘 도착한 주민들이 자리를 잡았다.

남양주시 측은 이번 화재로 최대 1천200명까지 이재민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대피소 11곳을 마련했다. 오전 1시 기준 각자 대피처를 마련한 이들 외에 대피소를 이용하는 주민들은 약 40명으로 파악됐으며, 이 가운데 20명 정도가 이곳 도농중 체육관으로 모였다.

불이 난 다산동의 주상복합건물 4층에 거주한다는 한성숙씨(47ㆍ여)는 “밖에서 볼일을 보고 있다가 불이 났다는 딸의 전화를 받고 화재 사실을 알았다”며 “차량을 옮길 생각도 못하고 딸과 함께 대피했다”고 했다.

또 다른 이재민 김재운씨(52ㆍ가명)는 “옆 건물에 사는 사촌의 전화를 받고 대피했다”며 “차량을 챙길 정신도 없이 뛰쳐나왔고, 밖으로 나온 뒤에야 대피방송이 어렴풋이 들렸다”고 당시의 다급했던 상황을 전했다.

11일 오전 1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민들이 몸을 피한 도농중학교 체육관 대피소의 모습. 장희준기자
11일 오전 1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의 한 주상복합단지에서 발생한 화재로 주민들이 몸을 피한 도농중학교 체육관 대피소의 모습. 장희준기자

많은 주민들이 아직 화재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어서인지 대피소의 분위기는 다소 잠잠했다. 다만 저마다 휴대폰을 들고 실시간 뉴스 소식을 찾아보며, 사망자가 나오지는 않았는지 불길이 잡혔는지 살폈다.

이재민들은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다는 소식에 한숨을 돌리며 텐트 속으로 몸을 옮겼고, 오전 1시30분께 체육관의 불이 꺼졌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번 화재로 41명이 구조됐으며, 이 중 22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근 병원에 분산 이송됐다. 화재는 지난 10일 오후 4시30분께 남양주시 다산동에 위치한 주상복합건물(4개동ㆍ364세대)의 2동 1층 식당에서 처음 발생했으며, 같은 날 오후 11시30분께 초진을 마쳤다.

하지은ㆍ장희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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