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에 러브콜 받은 삼성전자… 미국 투자 속도 내나

삼성전자가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미국 백악관이 주최하는 반도체 공급망 확충 회의에 초대받았다. 글로벌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타격이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미국 정부의 ‘러브콜’에 어떤 답을 내놓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1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DS(반도체ㆍ부품) 사업본부의 김기남 부회장을 비롯한 고위 임원들은 주말에도 사무실에 나와 백악관 화상회의와 관련한 대책 회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9일(미국 현지시간) 백악관은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과 브라이언 디스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반도체와 공급망 복원에 대한 화상 CEO 서밋을 12일(미국 현지시간) 주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미국이 이번에 글로벌 기업들을 불러 모은 것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타격을 줄이기 위해 미국 중심의 반도체 공급망 체계를 강화하고, 자국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 주목적이다.

제계는 이날 미국이 화상회의에서 자국 내 완성차 업체를 상대로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실태를 파악하고, 반도체 기업에는 차량용 반도체 생산 증대와 동시에 미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투자 확대를 강력하게 요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오스틴 공장에서 차량용 반도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는 삼성전자가 미국의 요구에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늘려야 하는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특히 삼성전자에 대한 미국 내 투자 압박도 거셀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를 투자해 추가 반도체 공장을 짓기로 하고 오스틴을 유력 후보지로 검토 중이다. 다만 지난 겨울 한파로 전력 공급이 중단돼 삼성의 오스틴 공장이 ‘셧다운’ 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면서 투자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회의가 머뭇거리던 삼성의 투자 결정을 앞당기는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이 급변하는 글로벌 환경 속에 결국 바이든 정부의 요구를 거절하기 힘들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그러나 바이든 정부가 미국 내 시설 투자를 유인하기 위해 이번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삼성에도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과 중국의 반도체 패권 경쟁이 과열되는 가운데 삼성이 미국의 투자 결정을 서두를 경우 대중국 사업 전략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 재계 관계자는 “강대국들의 패권 다툼 속에 샌드위치 신세인 우리 기업들이 한쪽의 선택을 강요받는 곤혹스러운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걱정을 표했다.

김태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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