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4·7 재·보궐선거에서 참패를 기록하자, 여권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에도 후폭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재보선 패배 이후 당내에선 정권 재창출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 쇄신론이 대두했고, 잠룡들 역시 향후 진로를 놓고 저마다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여권의 1강 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재보선 패배 직후 페이스북에 “당의 일원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준엄한 결과를 마음 깊이 새기겠다”고 썼다. 그러면서 “국민께 더 가까이 다가가고, 더 절박하게 아픔을 나누고, 문제 해결을 위해 더 치열하게 성찰하겠다”고 다짐했다. 이 지사의 경우 선거 과정에서 ‘정권 심판론’을 촉발한 한 집값 상승,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태 등과 거리가 있어 비교적 책임론에서 자유로운 편이지만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나누겠다고 밝힌 것이다.
무엇보다 이 지사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권 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정치 지형 자체가 여권에 불리해진 만큼 본선에 나서더라도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수 있다는 게 고민 지점이다. 이 지사는 향후 본격적인 대선 후보 경선 전까지 도정에 전념하는 동시에 당내 주요 인사들과의 접촉 면을 넓혀가는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전직 당 대표이자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아 선거를 이끈 이낙연 전 대표의 경우 책임론이 정면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낙연 전 대표는 선거 패배 후 여의도와 거리두기를 통해 성찰의 시간을 갖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재보선 다음 날 SNS를 통해 “저희들이 부족했다. 국민의 실망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고, 국민의 삶의 고통을 충분히 살피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이어 “제 책임이 크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 대한민국과 민주당의 미래를 차분히 생각하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뵙겠다”고 말했다. 당초 이 전 대표는 재보선 이후 대담집 출간이나 연구소 출범 등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당분간 보류됐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달 안에 총리직을 던지고 대선 레이스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오는 19~21일 국회 대정부질문을 마친 뒤 당에 복귀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참패에 빠진 당을 추스르는 역할에 적극 나서면서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송우일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