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원폭피해자의 악몽:릴레이 인터뷰]1.원폭피해 1세대 정정웅씨

“그늘 가려진 우리들… 경기도 3세대 지원확대 감개무량”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정웅 서울지부장 인터뷰. 윤원규기자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정정웅 서울지부장 인터뷰. 윤원규기자

“그늘에 가려져 있던 원폭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이 이뤄진다니 한줄기 희망의 빛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원폭피해 1세대인 정정웅씨(81)는 일본 히로시마에 거주하던 지난 1945년 8월 6일 원폭 피해를 온몸으로 체험했다. 당시 6살이었던 정 옹은 폭심지에서 2㎞가량 떨어진 집안에 부모님, 두명의 누님과 함께 있던 중 폭풍에 집이 무너져 건물 잔해에 깔렸다. 어머니가 가까스로 그를 끌어내면서 나무와 함석에 몸이 쓸렸고, 무릎과 등에는 당시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있다. 이후 방공호에서 피난민과 다름없는 생활을 했던 정정웅씨는 고국에 돌아와서도 가난과 배고픔의 연속이었다.

고통의 삶을 감내해 온 정 옹은 현재 한국원폭피해자협회 서울지부장을 맡아 경기도는 물론 서울과 인천, 강원, 충청, 전라도 지역의 원폭피해 1세대들을 관리하며, 정부와 지자체의 원폭피해자 지원을 이끌어 내고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정 지부장은 최근 경기도의 원폭피해자 지원 대책 마련에 대해 누구보다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경기도는 지난달 23일 경기도원폭피해자지원위원회를 열고 전국 최초로 원폭피해자에 대한 지원 범위를 3세대까지 확장하는 내용의 지원 방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를 통해 경기도 원폭피해 1~3세대 모두가 의료지원과 문화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그는 “지역언론에서 원폭피해자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져주고 경기도까지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발표해 감개무량하다”며 “원폭피해자 지원은 당연히 3세대까지 이뤄져야 한다. 2세대에게도 1세대와 인과관계가 있다면 당연히 3세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 지부장은 “지금까지 피해자 지원을 보면, 1990년 노태우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원폭피해자 보상비 40억엔을 받아왔으나 국가로 귀속시키고, 월 10만원씩 지급하는 게 다였다”며 “특별법이 만들어진 이후에도 5~6년간 혜택 없이 지나가다가 지자체별로 조례가 생기면서 겨우 관심이 생긴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 지부장은 “하지만 아직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합천과 같은 원폭피해자 대상 복지회관이 경기도와 서울에도 필요하다. 또 추모시설이나 상징물도 갖출 필요가 있다”면서 “경기도가 전폭적인 지원을 해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경기ON팀 = 이호준ㆍ송우일ㆍ최현호ㆍ김승수ㆍ이광희ㆍ윤원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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