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7 재보선 이튿날 새 서울시장이 서울시의회에 인사하고 협조를 요청하자 시의회 의장이 원칙 있는 시정에는 협조하겠으나 정무 관련 ‘선당후사’ 입장을 양해하라는 취지로 대답했다. ‘先黨後私’, 즉, 의회활동에서 소속한 당의 당론을 우선하며 새 시장의 어떤 시정 요청은 사사(私事)로 간주하며 제동하겠다는 뜻이다. 그 이튿날 시의회는 새 시장의 과거 시정을 ‘실패’로 규정하고, 의장은 시 공무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차후 ‘임기 1년3개월’을 굳이 강조했다.
우리 민족은 지난 100여년 역사에서 좌우와 노선의 갈등을 지겹게 겪었고, 아직도 끝이 보이지 않는다. 이념은 이상을 지향하지만, 편향성과 독선이 착종돼 있다. 그 충돌이 야기한 희생과 비극을 상기하면 막대한 질량에 통렬한 회한도 무색하다. 일제에 맞서자며 만장 파란을 무릅쓰고 상해에 임시정부를 세우자말자 지사들은 분열했고, 만주의 호랑이 일송(一松) 김동삼의 독립운동은 좌우통합에 그 귀중한 성력의 과반 이상이 소모됐다. ‘하나가 돼도 투쟁이 어렵지 않느냐’는 일송의 호소에, 좌우는 때로 단합을 표방했으나 결국 도로에 가까운 분열이 연속됐고, 청산리의 영웅 김좌진 장군은 남은 포부가 일제가 아니라 이데올로기에 희생됐다. 식민지배가 정착돼가는 국내에서도 우국지사들은 분열해 백안시했으며, 해방 공간에서 갈등이 심각하게 악화되면서 마침내 처참한 골육상쟁이 벌어졌다. 남북은 책략을 거듭하며 분단을 고착했다. 90년대에 세계의 시세와 달리 남은 여전히 그 아류 진영으로 나뉘어 서로 질시했고, 북은 오히려 체제를 강화하고 이후 이데올로기의 적대성 고양을 지속하면서 핵개발에까지 이르렀다. 지난 4ㆍ7 재보선에서도 그러했지만 언제부턴가 정쟁이라 하기엔 고약하고 혼탁한 대립 양상에 거듭 낙심했다. 이념도 권력 쟁취의 명분으로 변질됐고, 지적 취향의 신념화에 콤플렉스마저 개입된 일종의 게임콘텐츠로 전락하지 않았나 의심도 든다.
새삼스럽지만 우리는 우리의 공화를 저해하는 아류 이데올로기를 청산해야 한다. 강성 지지층의 절제나 여야의 절충이 어렵다면 그 악순환을 제지하고자 중도세력의 확산과 진영 견제가 요청된다. 지난 100여년 폐단의 잔영과 관성에서 벗어나 실사구시(實事求是)의 길에 국운을 올려놓으려면 그럴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지난 보선에서 발현된 2030 MZ세대의 표심 경향에서 다행히 탈이데올로기의 모습을 보았다. 이 세대의 표심에는, 리얼리티가 취약한 관념에 교착돼 자파의 이해를 따지는 피아 구분 성향이 없다. 여야가 벌이는 행태를 관찰하며 시비와 효용을 따져 주권을 행사하는 신상필벌(信賞必罰)의 표심. 우리의 미래를 개척하는 이 세대가 표출한 민주의식과 권력생성 태세를 지지하며, 부디 흔들리지 말고 이 땅에 관행으로 정착시키기를 기원한다. 정치인다운 정치인을 선별해 그들이 선국후당(先國後黨)에 종사하게 해야 할 것이다.
김승종 연성대 교수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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