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4월 보건의 달을 맞아 페이스북 친구에게 ‘인류의 건강을 지켜온 10대 발명품’을 물었다. 응답자들은 최고 발명품 1위로 ‘백신’을 꼽았다.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보호하는 1등 공신’이란 것이 선정 이유다. AP통신이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통계를 인용해 17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해 3월11일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한 이후 전 세계 누적 확진자는 약 1억4천만명에 이른다. 사망자 수는 300만225명으로 집계됐다.
몇몇 나라에서 백신을 개발해 접종이 한창인 가운데 백신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 미국, 유럽연합 등 부유한 나라들이 물량의 87%를 싹쓸이 해 접종에 속도를 내고 있는 반면 아프리카 등에선 의료진조차 백신 접종을 못해 의료체계가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백신을 한 명도 맞지 못한 나라가 50국에 이른다. 우리나라의 접종률도 국민의 2.66%에 불과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자 나라들은 사재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5천만 회분의 모더나 백신을 확보한 유럽연합은 2023년까지 18억 회분 추가공급 계약을 추진 중이고, 6억 회분 백신을 확보한 미국은 3차 접종 검토에 나섰다.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3차 접종까지 하면 다른 나라의 백신 수급은 어려워진다.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 올랑드 전 프랑스 대통령,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 조셉 스티글리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등 세계 저명인사 175명이 최근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코로나19 백신의 특허효력을 한시적으로 멈춰달라고 요청하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백신 대란속 국가 간 접종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끝내기 위해 특허권 잠정 중단은 필수불가결하며 백신 기술은 공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백신 앞에 세계가 ‘도덕적 파탄’ 상황에 이르렀다. 글로벌 정의, 과학의 인류애는 사라진 듯하다. 글로벌 제약업체들이 백신을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면 코로나 극복은 요원하다. WHO도 백신 사재기는 “도덕적 잔학 행위”라며 “백신을 맞지 못한 나라들의 피해는 결국 전 세계가 떠안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세계 석학들 요청대로 백신 특허권을 포기하고 기술을 공유해야 인류가 함께 살 수 있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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