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부터 전국의 차량 제한속도가 낮춰졌다. 고속도로·자동차전용도로를 제외한 도시의 일반도로는 최고속도를 시속 50㎞로 제한했다. 보호구역·주택가 이면도로는 시속 30㎞로 낮췄다. 제한 속도를 낮추는 ‘안전속도 5030’ 정책이 이날부터 전국에서 전면 시행된 것이다.
기존 시속 60㎞(편도 1차로)~80㎞(편도 2차로 이상)에 익숙한 운전자들은 차량 속도계나 내비게이션을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 갑자기 50㎞로 낮추느라 서행운전이 익숙치 않겠지만 새 속도 기준에 적응할 수 밖에 없다. 시속 50㎞ 하향조정은 OECD 37개국 중 31개국에서 시행 중이며 교통사고 감소 효과를 거두고 있다. 우리도 2017년 부산 영도구, 2018년 서울 4대문 지역에서 시험운영을 했다. 그 결과 영도구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37.5% 감소했고, 서울 사대문 안은 중상자 수가 30% 줄었다.
‘안전속도 5030’ 정책을 펴면서 속도 위반시 처벌이 강화됐다. 제한속도를 시속 30㎞ 이상 넘긴 초과속운전에 대해선 높은 벌금은 물론 형사처벌 규정도 신설됐다. 시속 80㎞ 이상은 벌금 30만원에 벌점 80점, 시속 100㎞를 넘으면 벌금 100만원에 벌점 100점이 부과된다. 시속 100㎞ 초과로 3번 이상 적발되면 면허취소에 징역 1년 이하의 형사처벌을 받는다.
‘제한속도 50㎞’가 적용된 첫 주말, 시민들 사이에선 “도로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과도한 제한”이란 반응과 “인명 사고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정책”이란 의견이 엇갈렸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급해서 택시를 탄 승객이 많은데 50㎞를 맞추다 애꿎은 택시기사만 욕을 먹게 됐다”고 불만을 표했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우리나라 교통체계는 세계 최고 수준인데, 시속 50㎞로 틀어막으면 교통체증 유발의 원인이 된다”며 ‘정책을 철회해달라’는 청원도 등장했다.
반면 스쿨존, 실버존 등에서의 속도 낮추기에 대해선 환영 입장이다. 경찰은 ‘제한속도를 낮춰도 차량 흐름엔 문제가 없다’고 했다. 주행실험을 해봤더니 13㎞에 2분 증가할 정도로 별 차이가 없었다고 한다. 택시요금도 8㎞에 100원, 1% 증가에 그쳤다고 했다.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 하지만 속도만 줄인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만큼 다른 교통사고 유발 요인도 개선하는 등 보완조치가 필요하다.
이연섭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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