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51주년 지구의 날] 자연의 경고, 경기도 생태계 위기…농가 사라지나

▲ 기후변화 시나리오(RCP8.5)에 따른 도내 주요작목 재배적지 변화

경기도의 연평균 기온이 10년 사이 1도 이상 상승하며 기후 변화로 인한 삶의 변화가 가시화되고 있는 가운데 경기도내 농어촌 역시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가 기존의 생태계 질서를 파괴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올해 유난히 일찍 찾아온 봄꽃 역시 ‘자연의 경고’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21일 경기도농업기술원의 ‘지구온난화에 따른 경기도 작목 변화 예측 연구’에 따르면 도내 주요 작물의 재배적지는 갈수록 줄어들 전망이다.

현 추세로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경우를 가정한 ‘RCP(대표농도경로) 8.5’ 시나리오를 이용해 기후 변화에 따른 경기지역 농업환경 변화를 분석한 결과, 2050년대 경기지역 사과 재배 적지는 4천756㏊로, 지난 2010년(19만3천426㏊) 대비 98% 감소할 것으로 예측됐다. 작물별로 보면 배, 포도, 인삼 등도 각각 37%, 97%, 78%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기후 변화로 인해 그동안 경기지역에서 주로 길러오던 작물을 더이상 재배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자, 도농기원은 2050년대 경기 중남부 일부 지역에 아열대 과수 도입 등을 검토하는 로드맵을 구상 중이다.

기온상승에 따라 가뭄 빈도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10년마다 평균 3.1회 이상의 한발(심한 가뭄)이 예측되며, 이에 따라 필요한 농업용수량(2015년 도내 밭 경지면적 기준)은 2040년대 들어 5천470만6천t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00년대(2001~2010) 수요량인 4천407만7천t 대비 24% 증가한 것으로, 공급량 대비 수요량이 커지며 안정적 농업용수 공급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기온 상승세가 지속되면서 봄꽃 개화시기도 앞당겨지고 있다. 수원을 기준으로 보면 올해 개나리와 진달래는 지난달 22일, 23일에 피어 평년보다 각각 8일, 9일 빨리 개화했다. 벚꽃 역시 평년보다 개화시기가 12일 앞당겨지며 지난달 31일 만발했다. 남양주 축령산의 소나무와 오산 물향기 수목원의 은행나무의 개엽시기도 2010~2019년 평균값 대비 각각 20일, 13일 단축되며 크게 앞당겨졌다.

익충과 해충 등 생태계의 변화도 농작물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기온 상승에 따라 갈색날개매미충, 꽃매미, 미국선녀벌레 등 돌발해충의 생존율이 높아지는 데다 지난 2015년 5월 안성에서 처음 발생한 과수화상병(검역병해충)도 기온 상승으로 급증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어업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다. 경기도 인근 서해안에서는 온대성 해조류(갈조류)에 비해 상대적으로 따뜻한 바다에서 서식하는 열대ㆍ온대 혼합성 해조류(홍조류)의 출현 종수와 분포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어업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노무라입깃해파리 역시 최근 서해안 지역에서 출몰빈도가 증가했으며, 발견 시기도 앞당겨지는 등 생태계 질서에 변화가 일고 있다.

백순영 가톨릭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는 “기온 변화로 꿀벌 등 익충은 감소하고, 농작물 재배와 전염병 등에 영향을 끼치는 해충은 증가할 것”이라며 “대책 마련을 서두르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가속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한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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