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대] 중국의 발해역사 도발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heohy@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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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또 한민족 역사에 대한 도발을 감행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최근 “고고학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실현하는 정신적 힘”이라면서 발해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중국은 최근 발해 건국 추정지인 시짱(西藏) 자치구 묘지 등도 자신들의 역사유물에 포함시켰다.

▶이들의 우리 역사 왜곡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발해가 위치했었던 중국 지린성(吉林省) 당국도 “발해는 말갈족이 주체가 돼 건립한 당나라의 지방정권”이라고 다시 한번 주장하고 나섰다. 200여년의 민족융합을 거쳐 최종적으로 중화민족의 일원이 됐다는 게 이들의 억측이다. 발해는 고구려 출신 장수 대조영이 고구려 유민들을 이끌고 고구려 땅에 건국한 나라다. 역사적 팩트다. 그런데 중국은 한술 더 떠 “발해가 당나라 문화를 전면적으로 배우는 기초 위에서 비교적 완비된 정치제도를 만들었다”고 강조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주장에는 논리적으로 맹점이 많다는 게 역사학계의 지적이다. 발해가 멸망 후 중화민족에 복속됐다는 주장은 현재의 중국이 1천여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논리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런 논리로 얘기한다면 중화민족은 사실상 청나라가 망하고 중화민국이 건국되는 와중에 한족이 만든 개념이라는 주장과도 일맥상통한다.

▶중국이 변방 민족의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에 복속시켜 해석해온 건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특히 한민족에 대해선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의 고대사나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사 등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있다. 만리장성이 동북3성과 한반도까지 이어졌다는 주장을 통해 고대사 범위를 확대하려는 시도도 있다. 일제강점기 만주지역 독립운동은 자국 역사로 편입하고 공산당 투쟁사 위주로 정리하고 있다.

▶중국의 변방에 대한 왜곡은 한(限)도 없고 끝도 없다. 특히 미국과의 강 대 강 대립을 노골화하면서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그럴수록 우린 중국과의 역사전쟁에서 반드시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역사적인 사실과 자료 등을 더욱 확보해 세계사 관점에서 객관적인 논리로 대처해야 한다. 한민족은 숨막히는 지구촌의 역사 흐름에서 늠름하게 정체성을 지켜왔다. 중국과의 역사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까닭은 명쾌하다.

허행윤 지역사회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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