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오락가락 부동산 정책, 시장 혼란만 부추긴다

기획재정부가 작년 주택시장 안정화 등을 위해 내놓은 부동산 정책에 대해 ‘미흡’하다는 자체 평가를 내렸다. 국정운영의 효율성과 책임성 제고를 위해 주요 정책을 평가하고 있는데, ‘부동산 시장 안정화 및 서민 주거 부담 경감’ 정책은 7단계 중 6번째에 해당하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거의 낙제점이다. 기재부는 ‘미흡’ 평가에 대해 “국민의 정책 체감 부족”을 이유로 들었다.

서울ㆍ부산 시장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참패한 이유 중 하나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호응을 얻지 못한 탓이 크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4ㆍ7 재보선 참패에 내년 대선을 앞두고 부동산 정책 손질에 나섰다. 그동안 부동산 가격 급등이 투기세력이 주도하는 초과수요에 있다고 보고 규제 위주 정책을 펴왔던 여당이 방향 전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야당과 부과 대상자들로부터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을 받으면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던 여당에서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재보선을 치루며 민심에 놀란 여당은 부동산특별위원회까지 가동했다. 주택 실수요자 보호와 투기수요 억제라는 ‘원칙론’을 유지하면서, 대출 완화로 무주택자의 숨통을 트여주고 부동산 조세저항을 낮춰 내년 대선 표심을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부자 감세’ 논란으로 당 내홍까지 촉발한 종부세를 두고는 입장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민주당 부동산특위가 27일 첫 회의를 열고 부동산 정책 보완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이번 정부 들어 25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집값은 더 뛰고, 대출 규제는 강화되고, 세금만 높아지자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종부세 부과 기준을 완화하고 1주택자 재산세율을 낮추자는 요구와 이에 대한 반발이 부딪히며 갈등을 노출했다.

집값 폭등으로 종부세 부과 대상이 다소 늘었다. 소득이 낮은 노년층 주택소유자는 세 부담이 클 것이다. 그러나 높아진 세 부담에 분노하는 이들이 부동산 민심의 전부는 아니다.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실수요자, 임대시장 안정을 원하는 무주택자 등의 요구에 부응해야 한다. 목소리 큰 민심을 따르다가 정책 기조를 뒤집는 게 아닌가 우려된다.

실거주 서민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보유세 강화, 공시가격 현실화 등의 큰 틀이 흔들려선 안 된다. 보유세 강화가 투기를 차단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 추진됐음을 염두에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부작용을 초래할 설익은 정책이 또 나오지 않게 당내 충분한 토론과 전문가·시민 의견 수렴을 거쳐 보완대책을 내놔야 한다. 오락가락, 중구난방 정책은 부동산 시장의 혼란만 가중시키고 민심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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