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인천지역 헌혈의 집'…실질 혈액보유량 1.1일 초비상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인천지역의 혈액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2일 대한적십자사 인천혈액원에 따르면 의료기관에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는 적정혈액보유량은 1일 평균 5일분 이상이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기준 인천의 혈액보유량은 3.3일로 떨어진 상태다. 이마저도 미검토 혈액을 제외하고 나면 의료기관에 곧장 공급할 수 있는 출고 가능 혈액 양은 1.1일로 ‘경계’ 단계다. 이는 전국 평균(1.7일)에도 못미치는 수치다.

이날 오전 인천 남동구 헌혈의집 구월센터. 대기실이 썰렁하기만 하다. 주말이지만 30분동안 헌혈을 하러 온 시민은 7명에 불과했다. 코로나19 확산 전에는 1일 평균 100여명의 헌혈자가 오던 곳이지만, 최근 절반수준으로 감소했다.

센터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 전에는 주말마다 대기실이 꽉 차서 앉을 자리가 없었다”며 “평일에도 고등학생들이 하교 후 많이 오고, 20·30대도 많았는데 이제 학생들은 찾아볼 수조차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30일 연수구 헌혈의집 연수센터의 상황도 비슷하다. 지난 2019년엔 센터가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줄이 늘어서기도 했지만, 최근엔 평일 1일 평균 헌혈자 수가 20명 미만이다. 특히 1시간 동안 10명의 시민이 센터를 찾았지만, 그나마 절반은 수혈 대상을 정해둔 지정 헌혈자이다.

인천지역 병원들은 혈액보유량 감소로 일반 수술은 대부분 연기하거나 취소하는 실정이다. 응급수술의 경우에도 혈액이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수혈양을 조절하면서 위험한 수술을 할 수 밖에 없다.

이길재 가천대 길병원 외상외과 교수는 “외상 환자들은 짧은 시간 안에 혈액팩 몇 십개가 필요하다”며 “미룰 수 있는 수술은 미루지만, 긴급한 경우엔 양을 조절하면서 위험을 안고 수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엔 의료진들이 길병원 권역외상센터로 지정헌혈해 환자들에게 사용한 적도 있다”고 했다.

인천혈액원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와 비교해봐도 올해는 단체 헌혈이 35%나 줄어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1일 평균 600명 이상의 헌혈자가 있어야 혈액을 원활하게 공급할 수 있다”며 “혈액 수급 위기 극복을 위해 헌혈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김보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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