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아부지 뭐하시노?” 영화 ‘친구’(곽경택 감독ㆍ2001년)에 나오는 대사다. 공전의 히트를 친 영화답게 이 대사는 영화가 상영된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엔 이 대사가 나오는 장면을 패러디한 한 유명 음식점 광고가 인기를 끌며 ‘밈’(Meme)의 자리까지 꿰차고 있다.
▶의료기술 발달은 우리들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여러 가지 변화에서 가족 구성원에 영향을 끼친 것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시험관 시술이 불임부부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떠오른 것은 이미 오래다. 그러나 이것이 긍정적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가족형태를 복잡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카다 미쓰요가 쓴 <새로운 가족>(김재은 역)은 다양한 가족 형태를 소개하고 있다. 한쪽 부모의 피만 섞인 아이, 부모 중 어느 쪽도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정자와 난자를 제공받아서 어머니가 출산한 아이, 부모 모두의 피는 섞여있지만 제3자의 자궁(대리모 출산)을 빌려서 탄생한 아이 등이 있다. 저자는 이를 두고 “아이를 만든다”고 말한다.
▶지난해 11월 결혼을 하지 않은 방송인 사유리씨의 출산 소식은 사회에 큰 충격을 던졌다. 그가 정자를 기증받아 홀로 출산했기 때문이다. 사유리씨의 출산은 먼 나라 남의 얘기 같던 오카다 미쓰요의 가족 형태가 언제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알리는 촉매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전자 해독기술과 복제기술 발달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가족형태의 변화는 가늠조차 하기 힘든 실정이 됐다.
▶때마침 정부가 건강가정기본법 개정 추진에 나섰다. 개정안 내용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1인가구ㆍ동거가족 등 가족의 형태와 규모가 달라지면서 가족의 정의를 확대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건강가정’ 용어를 ‘가족’으로 바꾸는 것이다. 법률 개정의 옳고 그름 판단을 떠나 시대 흐름에서 가족의 형태가 복잡해지는 것만은 틀림없다. 가정의 달에 가족이란 무엇인가, 부모는 무엇인가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 ‘친구’의 대사는 앞으로 “느그 아부지 뭐하시노?”가 아니라 “느그 부모는 누꼬?”라고 바뀔지도 모를 일이다.
박명호 지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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