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이지만 학용품 팔아서 생계 유지합니다”

11일 인천 부평구의 한 지역서점에서 서점주가 각종 문구류 뒤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다./조윤진기자
11일 인천 부평구의 한 지역서점에서 서점주가 각종 문구류 뒤에 있는 책장에서 책을 정리하고 있다./조윤진기자

“이제 서점다운 서점은 인천에 몇 없어요. 진짜 안 팔릴 땐 책이 거의 장식품입니다.”

11일 오전 9시30분께 부평구의 A서점. 간판에는 ‘문구·팬시·사무용품’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입구 양옆에는 오락기가 놓여 있고 장난감과 과자 등이 빼곡하다. 겉보기엔 영락없는 문구점이다.

문구류 뒷편의 한쪽 벽을 차지한 책장에는 자습서와 문제집 500여권이 뒤늦게 눈에 들어온다. 소설·교양 서적 등은 아예 찾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이 곳은 지난 2010년 서적업 등록을 하고 인천서점협회에도 가입한 어엿한 지역서점이다.

서점주 오모씨는 “생계형 서점이다 보니 책만 팔아서는 수입이 거의 없어 문구류나 장난감, 과자 등을 갖다 둘 수밖에 없다”며 “최근엔 아동 도서도 잘 팔리지 않아 다 치웠다”고 했다. 이어 “소설, 교양서 등은 문제집과 달리 재고처리가 어려워 도서총판(중간 유통업체)에서도 잘 갖다주지 않는다”고 했다.

인근에서 2004년부터 B서점을 운영 중인 강모씨는 최근 7년새 주변 서점 2곳이 폐업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는 “선의의 경쟁을 하던 다른 서점 사장은 저녁에 아르바이트까지 하다 결국 서점을 문 닫았다”며 “이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이어 “서점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책 판매는 자존심이 걸려 있다”며 “하지만 서적 판매만으론 서점 유지가 불가능해 어쩔 수 없이 문구류를 들여와야 한다”고 했다. B서점 주변에 있던 230㎡ 규모의 나름 대형인 C서점도 결국 매장의 절반 이상을 문구류로 채워놨다.

강씨는 “문구류를 판매하려면 진열에 손이 많이 가고 도난당하는 경우도 잦지만 수입을 무시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어 “문구류 10만원어치를 판매해 얻는 수익과 서적 30만원을 판매해 얻는 수익이 비슷한 상황”이라고 했다.

시 관계자는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한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서점 상황에 맞는 지원책을 마련하려 애쓰고 있다”고 했다.

조윤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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